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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60대 대리기사님의 이야기

가장의 무게

by 샤넬발망

월요일이었다. 외부 날씨는 영하 -6도.

너무 추웠다. 칼바람에 귀가 찢어질 것 같았다.

9시가 넘어가는 무렵 콜이 하나도 없다. 이런 날에는 하염없이 기다려봤자 아무런 소득이 없다.

대구 상인역 지하에서 몸을 녹이고 있을 무렵 어느 60대 대리기사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나도 무슨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

'대리 콜이 없어도 너무 없다. 집에 가고 싶다...'



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 사장님, 콜 너무 없죠? 제가 따뜻한 국밥에 소주한잔 대접할게요. 지하철 끊기기전에 들어가요"



그저 말 없이 웃고 있었는데 싫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 그분은 근처 24시간 국밥집으로 향했다.



예전 아주 큰 사업을 했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큰 용접 회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다 큰 대출을 받고 사업을 크게 확장했는데 화근이었다. 대출 이자는 늘어나고 수익은 계속 적자.



결국 사업장을 헐값에 넘기고 본인은 월급쟁이 용접 기사로 일 하는데 돈 벌이가 쉽지 않아 가끔 대리기사 알바를 나온다고 한다.



뒤늦게 결혼해 아직 아들과 딸이 고등학생.

학원비 내기도 빠듯하다는 것과 사모님이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나 집대출금과 빚 갚기에 빠듯해 이 추운 날씨에도 단돈 5~6만원 발기 위해 나온다고 한다.



정중히 사진을 요청했으나 거절. 소주한잔 하는 사람만 허락을 받았다.



다들 어렵다. 가장이라는 무게가 참 이렇게 무거운것이다. 영하 -6도의 월요일에도 나와야 하는 현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돈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물가는 계속 치솟는데 오직 하나만 안오른다.



바로 "내 월급"



둘이서 소주 3병을 먹었다. 지하철이 끊어지면 낭패다. 하루 3만원 벌기도 빠듯한데 택시 타고 귀가하는 것은 그거야 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



사장님의 건투를 빈다.

행복하시고 부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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