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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

어느 50대 부부

by 샤넬발망

대구에 유명한 곱창집이 있다. 대구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맛이 일품이라 늘 손님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터벅터벅 대리시가 앱을 켜놓고 그곳 앞을 지나고 있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콜이 떴다. 출발지가 나와 100미터 떨어진 거리라 전화를 했더니 그 곱창집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집 방향이기도 했고, 도착지가 예전 내가 살았던 아파트였기에 얼굴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고객이었다.


주차장에 도착 한 후, 나의 백팩을 뒷자리에 놓으려는 순간 보니 뒷자리에 가족들이 타고 있었다. 아내되는 분과 대학생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딸들이었다. 사실 이런 경우는 말을 붙이기 쉽지 않다. 가족간의 대화가 우선되기 때문이다.


오늘 곱창 맛에 대한 평가, 대학생 딸의 주량 얘기, 그리고 키우는 고양이 얘기... 목적지까지 30분이 걸렸는데 그 30분 동안 쉬지도 않고 재잘재잘 거리는 딸들이 참 귀여웠다. 특히 50대로 보이는 고객께서는 본인의 와이프에게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의 부족을 얘기하며 채워넣어여 하지 않냐? 주차후 마트로 바로 갈까? 등의 대화를 건네는게 참 다정스럽고 진심 와이프를 사랑하는 것 같이 느껴져 속으로 참 흐믓했다.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으레 대구 경상도 남자들은 대개 여성들에게 투박한 편이다. 예전부터 남성 우월주의 사상이 강하게 학습되어온 터라, "어디 여자가?" 이런 말은 흔하게 주변에서 들렸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지면서 요즘 그랬다간 이혼 당하기 쉽상이다. 오늘 모신 고객의 부부관계가 그렇게 사랑스럽고 다정하니 딸들도 참으로 바르게 자란 느낌이었다. 작은 딸이 곱창을 먹고 싶어하니 온 가족이 저녁 시간에 맞춰 곱창을 먹으로 오는 모습, 흔하다고 할 수 있으나 사실 그렇게 흔한 광경은 아니다. 특히, 한창 사회생활을 하는 가장 입장에선 일도 많을 터인데 저녁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위해 회사에서 몇시간 일찍 나왔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더 가족에 대한 사랑에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조잘조잘 거리는 딸 2명의 티키타카를 듣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 쯤, 남편이 아내에게 말한다. "살거 없어도 마트 구경이나 같이 갈까? 애들은 티브본다고 하니 우리 둘이 오랜만에 데이트 한번 해~~"

"어휴, 기사님 듣고 비웃을라,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에요. 그냥 소화되게 한바퀴 둘러봐요~"


주차를 하고 키를 건네며 돌아서는데 아내분이 바짝 남편에게 다가가 팔짱을 낀다.

그 모습이 어찌나 흐뭇하던지 돌아서는 발걸음도 참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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