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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왜 포르쉐인지 알겠더라.

by 샤넬발망

일요일 오전 12시

토요일 오전과는 다르다. 금요일 술자리를 한 사람은 많아도 토요일 저녁 늦게까지 술을 먹고 일요일 오전에 대리는 부르는 경우는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대리앱을 켜 놓고 티브를 보고 있었는데 띵똥 알람이 울렸다. 선릉역 부근이다. 유흥주점이 많고 술집이 많은 곳이다. 바로 수락을 하고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다. 이때부터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 완전 술에 만취해 정신도 못 차리는 고객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5분을 걷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걸어서 5분이 걸린다고 하니 괜찮다고 자고 있을 테니 천천히 오라고 한다. 20대~30대 젊은 사람 목소리다. 모 유흥주점 앞에 도착을 했는데, 차를 보고 순간 좀 당황했다.

이제껏 내가 봤던 최고가의 차량이기 때문이다.


포르쉐 스포츠카.


문을 열었는데 2인승이어서 그런지 안이 매우 좁았다. 큰 덩치를 구겨서 운전석에 맞추고 출발을 하려는데, 웅~~ 거리는 엔진소리 우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포르쉐.

사실 배기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차가 숭숭 나가는 것을 보니 최소 3천 cc는 넘을 것 같다.

타자마자 손님은 잠에서 깨지 않는다. 차량 내비게이션을 만지작 거렸는데 지도가 나타나지 않아 몇 번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 손님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이 정도면 고객은 본인들 차니깐 본인들이 내비게이션을 조작해 준다. 그만큼 깊은 잠에 빠졌다는 것이다.


뭐 하는 사람일까? 젊고 잘 생겼다. 그런데 복장이 그냥 운동복이다. 평범한 점퍼에 아래는 그냥 운동복 차림이다.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닐 테고 유흥주점에 술을 마시긴 했는데 일요일 아침까지 술을 마셨을까 무척 궁금했다. 운전 중 질문할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전혀 틈을 주지 않았다. 잠깐 전화를 받기 위해 깨어났지만 그 또한 "내가 전화할게"라고 하며 바로 끊고 또 잠을 청한다.

포르쉐2.jpg 포르셰 주차 모습

도착지에 다가왔을 때쯤 일어나더니 "방지턱 조심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보니깐 스포츠카 소유주들은 자칫 방지턱 때문에 차량 손해가 났을 만도 하다. 거의 거북이처럼 슬금슬금 아파트 출입 방지턱을 넣고 주차를 했는데,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순간 고민했다. 이 사람이 없으면 아파트 지하 2층에서 1층까지 주차장 진입로를 통해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사실 난 이 부분이 참 어렵더라. 다른 건 부끄럽지 않은데 지하 주차장 차가 다니는 길을 걸어서 올라간다는 것 그것만큼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통상 손님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같이 이동해 1층으로 가는데 지금 고객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로 앞에 배달 아저씨 아파트 출입구 앞에서 벨을 누르는 것이 아닌가? 냉큼 고객에게 계속 주무시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라고 했더니 네네, 라며 대답했다.

잽싸기 문을 열고 달렸다. 배달 아저씨에게 기다려 달라는 손짓과 함께..


무사히 1층으로 올라와 카카오대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설명했다. 혹시 고객이 컴플레인 걸 수 있으니 나 같은 소시민은 꼭 확인을 해 두어야 한다.


그렇게 40 중반 처음으로 포르쉐를 운전해 봤다.

결론은요? 왜 포르쉐 포르쉐 하는 줄 알겠다. 악셀을 밟으면 밟는 족족 거침없이 차가 나가더라

포르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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