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겨울

희망과 죽음

by Nearer than heaven

하늘이 참 파랗다고 느꼈다. 코가 다 시큰할 정도로.


"다음 주 월요일에 비행기 타러 가야 해요. 가기로 한 거라 저 정말로 가야 해요, 진짜 꼭 가야 하는데."


이건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너무 뻔한 흐름이라 말이 안 된다 생각했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는 이 순간이 지금 내가 마주한 현실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의사는 오진 일 확률은 낮다고 했고,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치료 방법은 있다고 했다. 이대로 떠났으면 더 큰일 났을 거라고 했다. 위로는 커녕 의사가 내게 한 모든 말들은 귓가에 왔다가 자음과 모음으로, 다시 선과 획으로 잘게 나뉘어 빵부스러기처럼 지저분하게 흩날릴 뿐이었다.


나는 이곳을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 희망 하나로 버텨왔는데.


무엇을 느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 날 병에 걸린 나를 걱정해야 하는지, 놓쳐버린 풍선처럼 하늘을 둥둥 떠다니던 마음을 어떻게 다잡아야 할지, 실망할 아이들의 표정인지, 거대한 캐리어에 가득 담겨있는 미련의 짐들 인지.

아니면 나의 죽음인지.


죽음. 우울이 내 마음에서 늘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긴 했어도 죽음은 일종의 허세와도 같았다.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고, 잠이 오지 않을 때나 하는 의미 없는 상상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지켜야 할 생명이 둘이나 있는 상황에서.

'감히' 죽음을 생각하는 건 나에게는 사치이고 금기였다.


그런데 그 '죽음'을 조금이라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닥쳐올 나의 현실이자 미래가 될까 봐

소름 돋게 두려웠다.

두려움은 다른 모든 감정을 압살 할 정도로 거대해서

그 무엇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두려워서 울음마저 삼켜야 할 정도였으니까.


눈이 많이 내리는 날들이었다.


하얗고, 조용하고, 평화롭게 내리는 눈이었다.

온기가 가득한 집 안에서 고요하게 흩날리는 눈을 멍하니 보던 그 시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추웠고, 고독했으며 또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모든 일정과 계획은 취소되었고, 내 인생은 그토록 바라던 또 다른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정말로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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