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슬퍼할 때, 나는 검색창을 켠다

눈물 닦아줄 시간에 가장 가벼운 안경테를 검색하는 사랑

by 담윤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여요."

며칠 전부터 눈을 찡그리던 아이가

툭 던진 말에,

덜컥 겁이 나 병원을 찾았다.

검사는 금방 끝났다.

"근시가 좀 진행됐네요.

안경을 써야겠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담담한 처방이

진료실 공기를 갈랐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

한창 칠판 보며

뛰어놀 나이에 벌써 안경이라니.

옆에 있던 남편의 어깨가

눈에 띄게 처진다.

"아이고... 저 어린 게...

칠판도 안 보이는데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남편의 눈가가

금세 촉촉해진다.

아마 남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슬픈 영화 한 편이

상영되고 있을 거다.

맨 뒷자리에서

눈을 찡그리며 칠판을 보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미어지는 중이겠지.

그 안타까움이

눈물이 되어 고이는 동안,

나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검색창을 켠다.

'초등학생 안경 추천'

'가장 가벼운 어린이 안경'

'흘러내리지 않는 코받침'

나라고 속이 상하지

않은 건 아니다.

나도 엄마니까.

아이의 맑은 눈이

흐릿해졌다는 사실이 아프다.

하지만 나는

슬픔을 느끼는 회로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회로가

0.5초 더 빨리 작동하는 사람이다.

지금 여기서 내가

남편과 같이 울어준다고 해서,

흐릿하던 칠판 글씨가

갑자기 선명해지는 건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Fact)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지난 일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편안한 '눈'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남편에게

안경모델을 검색하던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

남편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혹은 서운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당신은... 속상하지도 않아?

애가 안경을 쓴다잖아."

남편의 말속에 숨은

가시를 느낀다.

엄마가 왜 그리 차갑냐는 비난.

예전 같았으면

"그럼 우는 건 도움이 돼?"라고

날카롭게 받아쳤겠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다정함의 형태가

다를 뿐이라는 걸.

남편의 눈물은

아이의 불편함에 깊이 공감하는

'마음의 사랑'이고,

나의 검색은

아이의 불편함을 덜어주려는

'행동의 사랑'이다.

나는 코를 훌쩍이는 남편 대신

진료실을 나서며

가장 가까운 안경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점원에게

미리 찾아둔 모델명을

또박또박 읊었다.

"티타늄 소재로 된 거요.

제일 가볍고, 튼튼한 걸로 주세요.

아이가 썼을 때

쓴 줄도 모를 만큼 편한 걸로요."

아이가 새 안경을 쓰고

세상이 환해졌다며 웃는다.

"엄마, 저기 글씨가 보여요!"

그제야 남편도

눈물을 닦고 따라 웃는다.

나는 아이의 콧잔등을

가만히 쓸어주며 생각했다.

남편이 아이의 마음을 안아줄 때,

나는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돌부리를 치워주자고.

누군가는 나를

정이 없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눈물 닦아줄 시간에

가장 좋은 안경을 씌워주는 엄마.

이것이 내가 가족을 지키는

가장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사랑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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