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엄마는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어

안경을 쓰고 선명해진 세상 속에서도, 너는 너만의 속도로 걷는 아이니까

by 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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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지금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너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봤어.


속눈썹이 길고,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져 있는 너는 참 평온해 보이는구나.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엄마는 잠든 너를 보며 자주 한숨을 쉬었어.


'내일 학교 가서 준비물은 잘 챙길까?'

'선생님 말씀 놓치고 멍하니 있다가 혼나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제 엄마는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

우리는 잃어버린 안경을 찾았고,

이제 세상이 흐릿해서 넘어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아들아,

참 신기하지.

약을 먹고, 안경을 쓰고,

세상이 선명하게 보이게 되었는데도...

너는 여전히 신중하고,

사려 깊고,

천천히 걷는 아이더구나.

엄마는 약만 먹으면 네가

갑자기 빨리 달리는 스포츠카가 될 줄 알았어.

하지만 선명해진 눈으로 네가 선택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깊이'였어.

너는 여전히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주 작은 들꽃을 발견하느라 멈춰 서고,

친구의 표정 뒤에 숨은 슬픔을 읽어내느라

한참을 바라보는 아이였어.

그 모습을 보며 엄마는 깨달았단다.

우리가 찾은 약은 너를 바꾸는 도구가 아니라,

너라는 사람을 더 잘 보여주는 도구였다는 걸.

네가 가진 그 '다름'이 고쳐야 할 고장이 아니라,

얼마나 근사한 '깊이'인지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어.

아들아.

세상은 앞으로도 자꾸 너에게

"빨리 달려야 해"라고 재촉할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우리는 두렵지 않아.

너에게는 너만의 속도를 지킬 힘이 생겼고,

엄마에게는 너를 기다려줄 여유가 생겼으니까.

살다가 숨이 차오르면 언제든 멈춰도 괜찮아.

남들이 수면 위를 빠르게 스치며 지나갈 때,

너는 깊은 바다 속을 유영하는 잠수부처럼

너만의 보석을 찾으면 돼.

"엄마, 나는 지금 생각 중이에요.

제 속도에 맞춰서 가고 있어요."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며 걸어가렴.

혹시라도 네가 길을 잃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면, 뒤를 돌아보렴.

엄마가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을게.

우리는 서로의 깜빡이는 신호를

가장 잘 알아보는,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니까.

나를 닮아 예민하고,

나를 닮아 생각이 많고,

그래서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깊은 마음을 가진 너를.


엄마는 약을 먹든 안 먹든,

빠르든 느리든 상관없이.

너의 그 '모든 모습'을 사랑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너의 느린 걸음에 맞춰 걷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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