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에 가는 이유

by 김근상

매주 목요일 날은 산을 오른다.

산을 오를 때면 등산화와 지면이 닿는 느낌이 좋다. 산에는 신선한 공기가 있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식물과 동물을 관찰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감수성이 증대된다. 나무가 주는 피톤치드가 항균 작용과 항산화, 항염증 작용을 해주게 되므로 말초혈관과 심폐 기능을 강화하여 폐 건강에 더없이 도움을 준다.


내가 매주 산을 가는 이유는 <00> 산악회를 들었기 때문이다. 산악회에 가입한 계기는 광교산을 오르는데 내가 가보고 싶었던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을 간다는 산악회 광고를 보고 갑자기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 가야산 정상과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보지 못했다. 이유는 나와 같이 버스에 동석했던 82세의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서 산행코스를 끝까지 못 하고 중간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택했던 가야산 만물상 코스는 기암괴석으로 절경이었지만 초보자가 오르기에는 무리였다.

목표지점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산에서의 즐거움은 충분히 누렸다. 아내가 싸준 김밥과 과일을 먹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비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날 돌아와서 <00> 산악회 카페에 가입해서 정회원이 되었다.

지난주에는 지리산 구룡사와 구룡계곡을 다녀왔다. 남원시 주천면 있는 지리산 둘레길이다. 둘레길 하면 평지를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한참을 오르더니 서서히 내려갔다. 구룡폭포가 있는 계곡 길을 걸었다. 8km 대여섯 시간을 걸었다.


산을 오르는 사람끼리 얘기를 하면서 걷는 것이 정겹다.

산에 가는 사람은 여유가 있다. 산은 우리를 늘 품어준다. 산은 항상 그대로다. 산은 변하지 않는다. 나무가 있고 길이 있으며 숲이 있다. 어떤 산악가는 산에 왜 가느냐고 물으니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 나도 산이 거기에 있고 산이 좋아져 간다.


구룡계곡 지류에 맑은 물이 흘러간다. 우리는 물놀이할 장소를 찾던 중 최고의 계곡을 만났다. 옷을 입은 채 물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작은 폭포에 등을 대고 있으니 차갑기 그지없었다. 나는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가슴높이의 물에 들어가 물구나무를 섰다. 그러나 옛날처럼 되지 않았다. 옛날에는 싱크로나이즈 선수처럼 두 발을 맞대어 반듯하게 섰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었다.


거기서 나와 좀 더 위쪽으로 물길을 따라 올라갔다. 무리에서 빠져나와 혼자 올라가니 두려움 반 설렘 반, 그러나 거기에는 더 큰 행복이 있었다. 한참을 홀로 물폭포를 즐기다 보니 일행들이 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불이 나게 배낭이 있던 곳으로 내려왔다. 주위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다. 물놀이 후 입을 옷을 준비해 갔기에 갈아입었다.


산행을 마친 후 <000 한식 뷔페> 식당에 도착했다. 반찬을 세어보니 24가지가 우리를 기다렸다. 가격을 보니 9,000원, 정말 착한 가격이다. 가성비가 너무 좋다. 거기에 네 명당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병이 주어졌다. 우리는 맥주와 소주를 섞어 한 잔씩 마셨다. 술맛이 기가 막힌다. 내가 산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산행 후 식사와 술 한잔이랄까. 술을 더 마시고 싶은 사람은 주인에게 개별적으로 사서 마시면 된다.


다음 산행은 어디일까 항상 기대된다. 산악회 회장은 준비가 철저하다. 00카페에 가야 할 산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모두 올려놓는다.

회장은 카페 운영자이기도 하다. 회장이 말하는 것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신뢰감을 준다. 늘 회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한다.


산이 나를 품어주듯이 나도 다른 사람을 품어주고 싶다. 산이 불평하지 않듯이 나도 다른 사람에게 불평하지 않고 너그러우며, 산이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듯이 나도 또한 변하지 않고 지금 모습 그대로이고 싶다. 그러나 세월을 이길 수 있을까? 우문(愚問)을 던져본다.

(25.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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