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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상 Oct 12. 2024

벌초

우리 형제들은 3년에 한 번씩 시골에 내려가 벌초를 한다. 내려가지 않는 2년간은 귀농한 둘째형님이 한다. 올해도 지난 일요일 새벽에 형님들과 만나 시골에 갔다. 보통 추석 전 주에 벌초 등 성묘를 많이 해 고속도로가 매우 밀릴 것이라 예상되어 새벽 네 시에 출발했다. 아닌 게 아니라 새벽 고속도로는 그런대로 최고 속도를 낼만큼 한가했다. 내 고향은 전북 순창이다. 아침식사를 순창시장 터에 있는 순대국을 먹고 마트에 들러 술과 안주거리 등을 샀다.     


조상묘지는 내 고향 동네를 중심으로 반경 3킬로미터 여러 산에 흩어져 있다. 먼저 우리 동네 가까운 곳부터 벌초를 하기 시작했다. 예초기 두 대를 돌렸다. 사촌형님과 우리형제 4명이 함께 했다.      


올해 여름 날씨는 유난히 더웠다. 지금 9월달인데 불구하고 한여름처럼 덥다. 예초기 메고 풀을 베는데 땀이 비오듯이 흘러 내린다. 예초기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기에 얼굴을 가리는 예초기 모자를 썼다. 안경에 예초기 모자를 써놓으니 땀 닦기가 매우 어려웠다. 3년에 한 번 오다보니 산길이 생소해 조상묘 찾기도 쉽지 않았다. 특히 증조할아버지 묘지는 경사가 있는 산 중턱에 있어 특히 더 어려웠다. 벌초를 한 묘는 하기 전과 180도 달랐다. 그렇게 예쁠 수 없었다. 벌초를 끝내고는 꼭 술과 간단한 음식을 놓고 절을 했다. 조상묘지 벌초도 우리 대에 끝날 것이다. 요즘은 납골당에 모시거나 수목장으로 인해 벌초할 일이 없다.      


벌초를 마치고 저녁때쯤 냇가로 물고기와 다슬기를 잡으러 갔다. 세째 형님이 투망으로 고기를 잘 잡는다.  다슬기도 많이 잡았다. 실로 3년 만에 시골 평상에 자리잡고 저녁식사를 했다. 형수님이 여러 반찬을 많이 만들어 술과 함께 맛있게 했다.     


술을 먹어서 몇시에 잠이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새벽 1시에 추워서 깼다. 이불도 없이 대나무 자리에서 내가 자고 있었던 것이다. 시골은 밤에는 추웠다. 전기장판에 코드를 끼고 이불을 덥고 자는데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보니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여섯시에 기상했다.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시골에서는 몇 시간 안잤는데도 불구하고  피곤하지 않았다.올해도 벌초를 끝냈다는 것이 숙제를 마치듯이 후련한 마음이 든다.(0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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