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에, 서울의 한 웨딩홀에서 아들을 장가보냈다. 신랑 아버지로서 주례 단상에 서서 수많은 하객을 마주하니, 아들을 처음 안았던 35년 전의 감격이 새삼스러웠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이제 어엿한 뉴욕 월가의 금융인이 되었다. 듬직하게 성장하여 제가 꾸린 배필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랑이었다. 하지만 기쁨의 물결 아래에는, 부모의 품을 떠나 완전히 독립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느끼는 아버지의 가슴 시린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었다.
우리 며느리는 참으로 기특하고 귀한 인연이다. 아들과 같은 서울의 모 사립대학을 졸업한 한국 사람이며, 아들이 대학교 시절 미국 000대학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처음 만나 연을 맺었다니, 태평양을 건너 사랑을 키운 젊은이들의 열정과 용기가 놀랍다. 아들이 먼저 미국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시작하고 6개월 뒤 며느리도 그 어려운 과정에 합격하여, 힘든 학업을 훌륭하게 마치고 지금은 뉴욕의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능력 있는 재원이다. 내가 며느리를 처음 만난 것은 재작년 미국 000대학교 MBA 졸업식장에서였다. 밝은 눈빛, 착한 심성, 무엇보다 우리 아들과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맑은 기운이 참 좋았다. 이렇게 능력 있고 심성이 고운 며느리가 아들의 곁을 지켜줄 것을 생각하니, 만난 자리에서 이미 내 마음속으로는 ‘합격’을 외쳤다. 아들의 인생에 이보다 더 좋은 짝이 있으랴 싶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내내, 나는 문득문득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들이 이토록 훌륭하게 자라나 먼 미국 땅에서 제 몫을 하고, 이렇게 예쁜 며느리를 맞이하기까지, 모든 것은 아내의 헌신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가장으로서 바깥일에만 매진하느라 아들의 유학 생활이나 타지 생활에 세심한 정을 보태지 못했다. 그때마다 든든하게 아들의 뒤를 지켜주고, 밤늦게 걸려온 국제 전화를 받으며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은 것은 모두 아내의 몫이었다.
아들은 늘 당당하고 올곧게 성장했지만, 그 바탕에는 어머니의 부드럽고 강한 사랑이 있었다. 아내의 헌신이 없었다면, 뉴욕 월가와 컨설팅이라는 치열한 곳에서 우리 아들 부부가 그렇게 굳건하게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결혼식 준비 내내도 아내는 그러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기고, 혹시라도 신랑 신부가 부족함을 느낄까 노심초사하며 기쁨의 눈물과 함께 고생의 땀을 흘렸다. 이 자리를 빌려 평생을 묵묵히 아들과 딸 및 가정을 위해 헌신해 온 내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다. ≪당신의 그 깊은 사랑과 노고가 있었기에 이토록 행복한 날이 가능했습니다.≫
나는 신랑 아버지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덕담을 통해 두 사람이 살아갈 길에 가르침을 주려 했다. 내가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세 가지였다.
첫째,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살아가거라.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 다름이 곧 서로를 보완하는 힘이자 새로운 세상을 여는 지혜임을 잊지 마라.
둘째, 서로 사랑하며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아가거라. 특히 멀리 타향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야 하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너희의 모든 것을 나누어주어야 한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되는 결혼 생활의 진리를 실천하거라.
셋째, 항상 대화와 소통하는 부부가 되어 다오. 모든 오해와 불화는 침묵에서 시작되는 법이니,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며 평생 가장 친한 친구처럼 지내기를 바랐다. 부모에게도, 서로에게도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는 부부가 되어주렴.
이 세 마디를 전하며 나는 아쉬움과 기대를 동시에 느꼈다. 이제 두 사람은 다시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월가와 컨설팅이라는 전문 분야에서 함께 일하는 두 사람이 서로 격려하며 시너지를 낼 모습이 기대된다. 홀로 먼 타국에서 고군분투하던 아들이 이제 둘이 되었으니 든든하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여전히 떠나보내기 아까운 어린 아들이다.
부디 내 아들과 며느리가 어머니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본받아, 사랑과 소통으로 굳건히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세계 어디에 있든 흔들리지 않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너희의 앞날에 늘 축복이 함께하길. (2025.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