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가끔 가족들과 마트에 간다. 가끔이란 말은 자주 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집 근처에 큰 마트가 있지만, 차를 타고 집 근처 마트보다 더 큰 마트로 주말에 나들이 겸 가곤 했다. 갈 때마다 사람이 많아서 스트레스였지만, 물건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으니 주말에 드물게 가곤 했다.
더 큰 마트는 마침 올해 주말농장을 하는 곳이 근처라 주말농장에 갈 때 겸사겸사 들르곤 했는데, 불쾌한 일을 겪고는 사람 많은 주말에 마트는 피하게 되었다.
더 큰 마트는 주말이면 진입부터 정체가 시작되어 주차장에 들어가면 주차하는 것도 전쟁이다. 진입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비상등을 켜고 주차를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가까운 곳에 주차한 차가 출차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차 진행방향이 내가 정차한 쪽이라 후진으로 자리를 비켜주고 주차를 하려는 찰나에 코너를 막 돌아서 들어온 차가 전진주차로 쓰윽 주차를 하려고 하였다.
순간 어이가 없어 차에서 내려서 그 자동차의 운전자에게 가서 말했다.
저기 제가 여기 주차하려고 먼저 기다렸는데 제가 주차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 법이 있어요?
...
...
그런 법은 없지만, 그래도 기다린 사람이 주차해야 되지 않을까요?
먼저 기다린 사람이 주차해야 되는 법이 있어요?
그런 법은 없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요?
먼저 온 사람이 주차하는 법이 있냐고요?
하...
주차하세요~
하고는 상대방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자기 말을 했었다. 나보다 연배도 많은 분이 하는 비상식적인 소리를 듣고 있자니 황당하기도 하고 뭐 그런 법은 없으니 맞는 말인가? 잠깐 설득될 뻔도 했었다. 그 와중에 옆에 조수석에 앉은 여자분은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그런 법이 없어서 그랬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순간 기분이 확 상했지만, 애들도 있고 하니 그냥 한숨만 쉬고는 주차하라고 하고 돌아왔다.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도 저 차 뭐냐며 나쁜 사람이라고 화를 내줬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이상한 상황이었나 보다. 그날 이후로 웬만하면 그런 일로 감정을 소모하기가 싫었고, 내 상식과 맞지 않는 사람을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주말에는 마트에 가는 것을 지양하기로 했다. 피치 못할 일로 주말에 마트를 가더라도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적당한 곳에서 바로 근처에 자리가 나기를 느긋하게 기다렸다. 빨리 주차하고 들어가야지~라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으니 마음도 편해졌다.
그리고는 지난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갔다.
도서관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하게 평행주차까지 한 상태라 진출입도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들을 책만 후딱 빌려오라고 보내고 차에서 막내와 비상등을 켜고 적당히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주차를 하고 올라가야지 라는 생각을 버리고 여유롭게 차에서 기다렸다.
그 와중에 뒷 쪽에서 출차를 해서 한자리가 났다.
내 차가 먼저 들어와서 정차 중이긴 했지만 뒷 쪽에도 차들이 꽤 많이 기다리고 있어서 당연히 그 앞에 있던 자동차가 주차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뒷 차에서 조수석이 열리고 한 여자분이 뛰어 왔다. 뭐 급한 일 있나?? 생각했었는데
저 쪽에 주차자리가 났는데 먼저 들어오셨으니 주차하세요~
아... 네??
..
..
애들이 곧 내려올 테니 괜찮습니다. 저 신경 안 쓰고 주차하셔도 돼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꽤 거리가 있었는데도, 먼저 진입한 차를 배려해서 물어보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생각지도 않게 그런 말을 들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세상에는 아직도 좋은 사람이 많구나... 상식이 통하는 사회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었고, 책을 빌리고 내려온 아이들과 아내에게도 얘기하니 다들 기뻐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상황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앞으로 그런 법이 없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기보다는, 배려를 통해 기분 좋은 감정이 퍼지기를 앞으로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