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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sumiki Jul 23. 2023

울진에서 오는 편지

울진에서 지내시는 아버지의 몇 안 되는 취미 중의 하나는 새벽 조깅이다. 매일 빠짐없이 해뜨기 전부터 조깅을 즐기시곤 가끔 사진을 부모님과 동생이 있는 가족 단톡방에 보내주신다.


동해 해돋이 절경을 혼자보기 아까워 보내주시는지, 아직까지 새벽운동을 즐기시는 젊음을 아들들에게 자랑하고 싶으신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보내주시는 사진이 반갑기도 하다.


사계절 바뀌는 울진 앞바다의 모습은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계획하셔서 내년부터는 볼 수 없겠지만, 내년에는 고향집 근처 새벽의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울진 앞바다


그리고 가끔씩은 자작시도 보내주시곤 한다. 





어쩌다 보이 일흔이 코앞


빡빡머리에 검은 머리가 반백이 되더구먼


일흔을 앞에 두고 어찌 검정머리로 이십 대 청춘이 만나 


우량아 둘 낳아 아옹다옹 키웠는데 칠십을 앞에 두고 


거인 같은 두 아들에 어여쁜 두 며늘 귀엽고 귀여운 손자, 손녀를 둘씩이나 허허


어쩌다 보이 내일모레가 칠공이네


심한 세월은 어찌 이리 빠른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 검정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쭈욱 숲 속을 거닐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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