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깊은 곳에서 만들어내는 꿈을 꾸는 건지
상처 주기 좋아하는 에고에 의한 상상을 하는 건지
그 사이 어딘가 애매모호한 경계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중
깍!
외마디 비명 소리에 현실로 돌아온다.
아니, 그것은 사실 비명 소리처럼 들렸던
텅 빈 넓은 거실의 적막을 깨는 플라스틱 소리이다.
생수통을 통째로 들고 물을 마시다 보니 덴트가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그 자국은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그때 나는 그 소리였다.
정신 차리라고, 또 그때로 돌아가진 말라고, 증거 있냐고 지르는 비명이었나 보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온다.
오후 5시.
애매모호한 망상의 경계와 딱 어울리는 시간.
그렇지만 오늘은 7천만원도 날리고, 경찰한테 2만원 짜리 티켓도 끊긴 신기할 정도로 제대로 운이 나쁜 날이니 이대로 몸을 웅크리고 있자.
그리고 내일은 다시 5키로를 뛰자.
다시 찌그러진 마음을 펴고 제자리로 돌아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