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이념은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각이나 견해'다. 이상적인 생각은 우리가 좀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노력하도록 이끈다.
이념은 인간이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도록 동기 부여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이념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인간은 이념에 종속되어 버린다. 그저 주관적인 내 생각을 절대적인 정답으로 규정하고 강박적으로 그 이념을 고수하게 된다.
1. 이념은 수단이다.
의미 있는 삶을 얘기하다 보면 자아실현, 꿈 등의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인생의 숭고한 가치는 정말 자아실현, 꿈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것일까?
자아실현은 분명 인간의 욕구 중 하나이다. 자아실현을 통해 자존감을 느끼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일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방법을 목적으로 착각하면 오히려 불행해질 수 있다. 목적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지 자아실현이 아니다.
자아실현에 관심 있는 사람이 꼭 들어봤을 인물이 매슬로우다. 매슬로우는 인본주의 심리학자이며 5단계 욕구 위계론을 주장하였는데, 인간의 욕구에는 단계가 있으며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자아실현을 최상위 가치로 여기게 되면 마치 다른 욕구들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욕구로 생각하게 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모든 생명체의 원초적 욕구는 생존의 질과 양을 향상하는 것이다. 더 오래 생존하고, 더 잘 생존하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의 의미를 찾고, 자아실현을 하는 것도 원초적 욕구의 연장선이며 결국 생존의 질을 높이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아실현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만약 자아실현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두게 되면 역할이 뒤바뀌게 된다. 생명체의 목적은 생존의 질과 양을 향상하는 것인데 오히려 자아실현을 위해 생존의 질과 양이 위협받는다.
"사람들을 도우며 살자", "더 좋은 제품을 세상에 탄생시키자", "행복한 가정을 꾸리자", “성공해야만 한다.”는 좋은 가치일 수 있지만 주관적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저 이념들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단지 나의 경험적 관념들이 쌓여 그것을 나름의 정답으로 정의했을 뿐이다.
주관적으로 설정한 이념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인간 답지 못 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원초적 목적은 거창한 이념이 필요 없고 그저 잘 생존하는 것이다. 이념에 종속되어 나를 갈아 넣는 행위는 자신을 고통으로 몰아붙인다. 절대적인 정답이라면 우린 그 정답을 따라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적인 정답이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야만 하는 강박이 필요 없다. 오히려 외적, 내적 상황이 변하고 그 의미가 퇴색되기라도 하면 자기 착취 시스템이 깨진다. 공허함을 느끼며 번아웃,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관념은 본인이 만들었고 그 관념으로 본인이 고통받을 뿐이다.
어떤 가치가 내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생각하면 그저 그 가치를 따르면 된다. 얽매이거나 강박받을 필요가 없다. 단지 수단으로써 활용한다.
2. 의미는 그저 부여하는 것
“삶이 무슨 의미가 있지?”, “뭘 해야 의미 있게 살까?”, “어떤 포부를 쫓아야 할까?”라는 생각에 답을 쉽사리 찾기 힘든 이유는 원래 답이 없기 때문이다. 삶에 절대적인 정답과 이정표를 찾고 싶어한다. 불안함과 골치를 내려놓고 그저 의존해 따라가고 싶다. 그래서 어떤 아름다운 슬로건을 추종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거나, 이상한 종교에 빠지기도 한다. 그것이 내 삶의 의미를 대변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해 지거나 절대적인 삶의 의미는 없다. 절대적인 세상이 없다. 절대적인 이념, 고상한 의미를 추종하며 자신을 그 속에 가두면 편협한 관념 속에 지배당할 수 있다. 불완전한 것이 세상이고 인간이다. 비록 불완전한 나일지라도, 불완전한 삶일지라도, 내 의지와 의미를 언제든 주체적으로 설정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고정된 개념에 섣불리 묶이지 않아도 괜찮다. 소속되지 않아도 나는 온전한 인간이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의미는 내가 부여할 뿐이다. 세상은 객관적으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삶은 주관적으로 흘러간다.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삶은 없다. 의미란 것도 결국 내 주관일 뿐이다. 내가 원하는 것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내가 원하는 것 중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을 그저 실현하면 된다.
의미를 실현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의미를 실현해야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다르다.
거창한 목적은 더 나은 무언가를 향하도록 하지만, 작은 일상의 기쁨과 삶의 다양성을 잊은 채 목적에만 매몰되어 있다면 불행해질 수 있다.
거창한 이념에 종속될 필요가 있을까? 인생의 목적은 더 잘 사는 것이며 자아실현은 수단일 뿐이다. 수단에 매몰되어 고통받는 삶을 만든 게 누구인가? 세상인가? 아니면 자기 자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