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50년 된 로컬 할머니의 국밥

한 그릇을 담기 전에 떠올리는 장면

by foodstylist



음식을 담기 전에는항상 장면부터 그려진다.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어떤 손을 거쳐 매일 같은 리듬으로 준비되는지, 하루의 흐름 속에서 어떤 속도로 내어질 음식인지.


로컬 국밥을 떠올리면 오래된 동네 가게가 먼저 보인다.

아침부터 불이 켜져 있고, 국물은 전날과 오늘의 경계를 오가며 여러 번 데워지고 가라앉았을 상태.

주문이 들어오면 설명 없이 바로 한 그릇이 나온다.

이곳의 국밥은 새로움을 보여주기보다 익숙함을 유지하는 데 더 가까운 음식이다.


장면이 정리되면 그릇의 선택도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뚝배기는 상징이 아니라 조건에 가깝다. 국밥은 식탁 위에 놓인 뒤에도 온도가 유지되어야 하고, 표면에서 올라오는 김과 미세한 거품은

막 완성된 상태를 그대로 드러낸다. 보글보글 끓는 움직임까지 포함해 한 그릇이 완성된다.


담음새는 정리하지 않는다. 국자로 퍼 올리다 보면 고기는 자연스럽게 겹쳐지고 쌓인다.

그 과정에서 생긴 높이는 디자인을 위해 계산된 형태가 아니라 아끼지 않고 담아온 태도의 결과다.

수북한 건더기는 어떤 마음으로 준비된 음식인지 말없이 전달한다.


대파의 손질도 같은 흐름에 있다. 두께가 완벽하게 맞지 않고, 굵은 부분과 얇은 부분이 섞여 있다.

로컬 국밥집의 주방에서는 대파를 장식처럼 다루지 않는다.

미리 정교하게 준비해두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손질되고 보충된다.

그래서 컷팅에는 작은 차이가 자연스럽게 남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거칠게 다루지는 않는다.

너무 러프하면 향이 강해져 국물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완전히 잘게도, 날이 살아 있게도 두지 않는다.

국물과 어울리는 선을 현장의 속도 안에서 지킨다. 이 투박함은 연출이 아니라 반복된 일상의 결과다.


한 그릇 안에는 보이지 않는 선택들이 겹쳐 있다.


왜 뚝배기인지,

왜 이런 양인지,

왜 이런 손질인지.

그 기준은 모두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어떤 리듬으로 내어지는 음식인가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국밥은 뚝배기 안에서 조용히 완성된다. 익숙한 한 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분명한 장면과 맥락이 함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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