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찹쌀떡

by 김인영

엄마의 찹쌀떡


2015년 새해가 되었다.

모두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마음을 모아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더러는 새로운 희망을 갖기도 하고 지난해 못 이룬 것을 새해에는 이루게 해달라고 마음을 모은다.

2014년 3월엔 반가운 소식으로 뛸 듯이 기뻤다.

2014년 가을엔 어머니께서 병원으로 들어가셨다.

어느 주일날 아침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씀하신 그날을 잊지 못한다.

그 후 2달을 그분은 쭉 홀로 고독해하셨다.

많은 날들을 부모님과 함께 살았지만 인간은 어쩔 수없이 홀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알려주신 그 쓸쓸한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으며 하늘로 오르신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가슴 아파하며 새해를 맞았다.

왜 나는 그분에게 더 순종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더 많은 시간을 그분께 내어드리지 못했을까? 왜 나는 더 많은 미소로 답하지 못했을까? 왜 좀 더 건강을 챙겨 드리지 못했을까? 더 많이 만져드리고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것에 후회와 회한으로 새해를 맞이하였다.

요리를 즐기시던 어머니 덕분에 우리의 식탁은 늘 풍성하고 행복했다.

많지 않은 재료로도 얼마나 풍성한 식탁을 꾸미셨던가?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새벽에 싱싱한 해물을 들고 오시곤 운동 삼아 다녀오신다며 서둘러 부엌으로 가시던 그분이 입으셨던 갈색 코트는 벽에 걸려있는데 주인은 돌아올 줄 모른다.

마지막 떠나실 때까지 어머닌 참 고우셨다.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내게 어머닌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며 비밀을 다시 확인시켜 주셨다. 우린 모두 웃었다. 지금 다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너무나 좋겠지만 난 어딘가에 저장되어있을 그분의 목소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것은 어머니 방에 걸린 사진을 눈물 없이는 차마 바라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아 나는 어떻게 그분을 보내드려야 하나?

보내드리지 못하니 어머니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난 이맘때 만들어 다정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던 음식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호평을 받던 음식은 녹두 빈대떡과 모찌라는 찹쌀떡였다.

별로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건만 밖으로 나가는 것을 즐기는 덕에 차분히 앉아 살림다운 살림을 해보지 않고 이 나이에 이르니 딱히 내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요리가 내겐 없다. 어느 날부턴가가 조금씩 부끄러웠다.


난 시를 외울 수 있고 난 때로 바람이 말하는 소리도 아는 것 같은 착각도 한다. 소중한 가족들이 세상에 단 한 사람인 유일한 엄마라고, 아내라고 나의 자존심을 세워주는데 말이다.

일담 찹쌀떡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찹쌀을 씻어 물에 불리고 팥을 삶고 적당량의 단맛과 계핏가루와 소금을 넣어 앙금을 만들곤 난 조금 머뭇거렸다. 어떻게 해야 어머니가 만족하실만한 동그랗고 이쁜 모양으로 빚을까? 속이 비치지 않는 먹음직도 하고 보기에도 좋은 작품을 만들까. 우선 늘 음식은 정성이라고 말씀하시던 것을 기억하며 난 정성을 다 하기로 했다. 어머니처럼 기계에 불린 찹쌀을 넣고 잘 쪄진 찹쌀을 꺼내 팥이 묻지 않도록 조심스레 다루었다. 마지막엔 눌어붙지 않도록 녹말가루를 바르곤 살그머니 쟁반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정성을 들인 탓일까? 몰두하며 빚어낸 나의 새해 첫날의 찹쌀떡은 16살 새색시처럼 곱고 맑은 얼굴로 다소곳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어머니가 웃으시며 곁에 앉아 계신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 딸들에게 보내며 얼마나 할머니께서 너희들을 사랑하셨는지 기억하느냐며 문자를 곁들였다.

큰 딸은 자신도 만두를 빚으며 할머니 생각을 하였다고 답해왔다. 할머니를 기억하겠다며 들고 간 우산을 쓸 때마다 혹시라도 고장 날까 불안하다는 말도 했다. 작을 딸은 늘 목이 메어 전화를 하곤 한다. 각별한 할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자라온 탓이다.


난 어머니께서 하시던 것처럼 신년에 생각나는 분들과 함께 나누리라고 생각하며 한 개씩 랩으로 말았다. 여전히 정성이라는 단어를 기억하면서 말이다.

문득 2015년 나의 해에는 정성이라는 단어를 즐겨찾기에 올려놓으리라 다짐한다.

오늘도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데 정성을 다하리라. 누군가의 말을 열심히 듣는 시간을 갖으리라. 한 장의 마른 타월을 접는 일에 정성을 다하리라. 한 잔의 커피를 내리는 일. 외출 후 돌아와 신발을 놓는 일에도 정성을 다하리라.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나의 소중한 남편에게 손을 잡고 등을 어루만져주며 다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리라. 한 줄의 글을 쓸 때 더욱 많은 시간을 들여 가장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데 정성을 다하리라. 내게 허락된 모든 것을 잘 살피고 무엇보다 내 안의 소리를 듣는데 정성을 기울이리라.

어머니의 찹쌀떡을 빚으며 나는 어머니가 내게 남겨주신 정성이라는 단어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정성은 곧 진심인 것을 깨닫게 해 주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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