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동강에 가보셨나요)

by 김인영

친구에게(동강에 가보셨나요?)

여행은 인생과 같고 인생길은 또 여행과 같습니다,

이미 생긴 길을 가기도 하고 새로 길을 내고 가기도 합니다.

어느 길이든 이게 내 길이야 하고 기쁨으로 걸어가는 사람에게 하늘은 행복과 축복으로 보답합니다

친구여 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셨어요?

처서도 지나면 진정한 가을이라는 군요. 그대 아셔요?

이때 먹는 포도가 정말 맛이 있다는 것을? 혹시라도 더위에 지쳐

의욕이 없으시거든 서둘러 장에서 포도를 구하셔요. 새삼스레 저도 포도를 정성껏 제 앞에 놓았습니다.

그대도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젠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 마지막 남은 비경이라는 곳,

하늘이 내린 살아 숨 쉬는 땅이라는 강원도 동강을 다녀왔습니다.

수상레저로 알려진 래프팅을 해보았습니다. 고성에서 출발하여 진탄, 섭재 까지

여섯 시간 정도의 긴 물 위의 여행을 하였답니다.

살면서 환상적이라는 표현을 할 때가 있지요? 조물주를 향한 찬양.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내 작은 나라 한반도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감사함.

그 끝이 언제일까? 싶을 정도의 긴 여정에, 조용히 때로는 격렬하게

흐르는 물살에 제 몸과 마음을 함께 묶어 노를 저어 보았습니다.

언젠가 뉴욕의 북쪽에 위치한 휴스타닠 강에서 건장한 젊은이들이 카누를 저으며 안개 낀 아침을 깨우던 것을 기억하시는 지요? 어젠 제가 바로 20년 세월이 흐른 그들이었답니다.


그 깊은 산에도 사람은 살더라고요. 푸른 산기슭에 둥지를 틀고 아침이면 좁은 길을 내려와

나루터에서 쪽배를 타고 삶의 현장으로 나간다는 형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동강이 흘러 서강을 만나고 그리고 한강으로 흐른다니..

그들은 어느 곳에서 누굴 만나 어떻게 하루를 마치고 돌아갈까요?

돌아온 우리들은 길 위에서 누굴 만나고 , 어떤 대화를 하며 어떤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나요?

행복과 나른함으로 저희가 몸을 뉘운 곳은 ‘동강의 품속’이었습니다.

그 콘도의 이름처럼 산과 산이 벗해 있고 푸른 강이 길게 누워있는 그곳은 정말 따스하고, 수수와 감자처럼 질리지 않는 그리고 붉은 고추의 매운맛으로 다시금 우리를 이끄는 정말 푹 빠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맞군요. 아. 동강은 어머니의 품속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전 길 위에서 언제나 살아 있음을 느끼는 방랑 시인 김삿갓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니 좁고 그리고 험한 시골길 위에서 원래 오랜 세월 동안 같은 흙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 자기 삶의 비밀을 열어 보이는 사람. 영혼을 일깨워주는 사람 삶의 ‘아남 카라’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미안해요. 우린 이미 알고 있지요. 우리가 서로에게 영혼의 동반자인 아남 카라 인 줄을.

이제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그대를 그리워하며 이만 맺을까 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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