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트럼펫
어느 날
라디오에서 13시간 동안 희망 음악을 틀어 주던 날.
70세 음악 마니아 의사 선생님이
고상하게 자신의 직업을 포기했다고
말하던 그날.
난
울며 태어나던 날을 기억했고,
그것이 타인에게 준 최초의 기쁨이었을 거라 생각하며.
앞서려 내 달렸던 때를 생각하곤
나 같은 사람을 만나.
나 닮은 생명을 맞아 황홀했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날 저녁
꽃바람에 몸을 맡기고 걸으며,
하양인지, 분홍인지,
알 수 없는
목련인지 벚꽃인지.
향기 분명치 않은 곳에서
발을 멈추곤
흐르는 차량들을 바라보며,
혼탁함과,
욕심과,
두려운 늙음을
잠시 떨구고,
이만큼에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 멋쟁이 닥터가 어떤 음악을 신청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육체의 고통을 딛고 영혼의 문을 열어,
나직이 가족에게 사랑을, 감사함을 전하던
목소리의 여운은 내 가슴을 따스하게 데우고 있다.
늦은 시각 하늘을 빛나게 하던
밤하늘의 트럼펫 소리도 가슴에 있다.
우리는 모두 할 일이 있다.
서로 사랑할 일이다.
더 늦기 전에.
마감 시간이 오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