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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Apr 15. 2023

우리들의 귀욤여사

 우리들의 귀욤 여사

적당히 구불거리는 머리.  동그란 얼굴. 조금은 무게감이 있는 그녀.

83세의 그녀가 귀엽다.

적당치 않은 언어가 송구스럽지만 우리는 모두 그리 말한다.

꾸중은커녕 그렇게 말해주어 고맙다고 말하는 그녀가 미소를 지을 땐 볼에 있지도 않은 보조개가 그려진다.

그녀가 새벽 2시에 식사를 하셨다고 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우리를 개의치 않고 고등어와 불고기와 함께 먹는 이른 조식인지. 늦은 저녁인지 애매한 식사가 그리도 맛나더란다.

수년 전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낸지라 쓸쓸함과 함께 묻어나는 적막감이 느껴져  혼밥을 새벽 2시에 하신다는 말씀이 충격과 아픔으로 달려왔지만 너무 편하게 말씀하신다. 맞다. 나의 센티멘탈한 감정과는 거리가 먼 것을 안다. 우리의 귀욤 여사는 나와 다르다. 그래서 멋있다.

1941년 창녕의 부잣집 맏이로 태어나신 그녀.

그녀는 매일처럼 오전에 집을 나서 걷는다. 그것도 많이. 수많은 빌딩 사이를 걸으며 높은 건물을 올려보다가 때때로 넘어지기도 하지만 툭 털고 일어나신다며  던지듯 말씀하신다.


  점심시간이 되면 마음에 드는 식당을 골라 하루 한 끼라도 멋지게 드시라며 아드님이 건네준 카드로 해결하시고 이름도 낯선 *폴 ``*이라는 커피숍에서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놀라는 모습을 곁눈으로 느끼시며 주먹의 두 배가  되는 케이크를 커피와 함께 드시며 당을 보충하신다.

 다시 걷기도 하고  때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실 즈음이면 한낮의 해는 서편으로 기우는 시간. 고단한 몸을 침대에 누이고 찾아온 잠과 함께 벗하여 놀다 일어나면 오후 8~9시 사이.

요즘 대세인 젊은 오빠들의 트로트도 들으시며 늦은 시간을 보내시다. 생각나면 다음 날 입고 나가실 옷을 골라 놓으시는 부지런한 너무 부지런한 귀요미. 건너뛴 저녁식사 탓에   너무 일찍 조식을 드시고 누구보다 일찍 외출 준비를 하시는 소녀감성을 간직하고 계시는 우리들의 왕언니.


나는 내게 주문을 건다.

나이가 들어도 행복하려고 하는 의지와 노력을 아끼지 말자. 마음을 다스려 매일 행복하자. 현실은 어려울지라도 도전하자.

우리가 걸을 길을 미리 다져 놓으시는 언니 같은 귀욤여사가 앞으로도 많은 날 동안 가지신 것으로 누리시며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한다.

그녀가 오늘 점심 식사 후  드신 아이스크림이 곁들인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처럼 남은 날들이 그렇게 만들어 지길 기도한다. 멋진 왕언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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