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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Sep 02. 2023

선을 베푸는 사람


8월의 마지막 목요일 동아리 모임에서 산행을 계획했다.

강원도 팔봉산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가을장마가 지나간 후라 가까운  불암산으로 바꾸었다.

각자 간식 정도로 준비해 오라는 대표의 말대로 김밥 2줄과 찹쌀떡 10개 초콜릿 그리고 물 한 병의 간단한 준비로 가벼운 산행을 오랜만에 즐기리라 생각했다.  

승 후 갈아탈  타야할 버스의 확실한 정거장이름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에 함께 동승한 엘리베이터 안의 여인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녀도 초행이라는 분의 대답에 잠시 난감했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 수녀 한 분이 들어서며 자신이 내린 후 내리면 된다고 맑게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수녀님 손에 들려 있는 유난히 빛을 내는  장미꽃 한 송이로 비좁은  엘리베이터 안이 갑자기 환해지는 듯싶었다.  함께 밖으로 나오며 문득 이해인 수녀님이 생각나고

최근에 내가 접한 수녀님의 `작은 기쁨`이란 시가 생각났다.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중략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누구의 말이든지 귀담아 들어주실 것 같고  맑은 미소를 지니신 수녀님.

갖고 계신 한 송이 장미와 그리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과 참 잘 어울리시는 수녀님과 조금 늦어지는 버스를 기다리는 10분간의 대화는 나를 기쁘게 했다. 마치 오래전에 알고 계신 분인 듯 어리석게도 초면의 분에게 나를 누르고 있는 한 가지 문제도 살짝 대화에 끼어 놓았다.

수녀님은 호스피스환자들과 몇십 년을 지내신다고 했다. 그날 찾아뵙는 환우는 불교신자였지만 개의치 않고 마지막 길을 떠나시기 전까지 곁에서 돌보시고 그분에게 미소를 선사하기 위하여 수녀님 계시는 곳의 장미를 들고 버스를 타신 것이다.

내가 여름의 끝자락에서 분홍 장미를 보고 향기를 마시었듯 그분도 생명의 향기를 맡고 기쁨을 느끼길 바란다.

나는 몇 년 전 호스피스 훈련을 받고 정작 병원의 환자들을 방문해서는 흐르던  눈물 때문에 단 한 분에게도 도움을 못 드리고 돌아온 기억이 났다.


중요한 것은 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베푸는 것이다.

말의 홍수 속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한 것을 그다지 후회나 미안 함이 없이 사는 나. 핑계와 많은 이유로 선한 일을 미루고 마땅히 나누며 살아야 할 것들을 모른 척하는 나.  들어주는 귀. 잡아주는 손. 길가의 들 풀 하나면 되는 것을 한 송이 꽃으로 미소가 회복되는 것을 왜 나는 지나치며 사는 가.

선을 이야기하려거든 입으로만 하지 말고 몸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반 평생을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 선을 베푸시는( 은희 수녀님.) 테레사 수녀님의 남은 생이 사랑의 기쁨과 감사와  즐거움과 웃음이 떠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마음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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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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