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5월의 마지막 날이다.
지천으로 펼쳐있는 메이그린 (May Green)) 초록과 이별의 시간이다.
여왕의 이름에 합당한 2024년의 5월은 참 아름다웠다.
떠나는 5월 앞에 왠지 숙연해진다.
다가오는 6월의 정원엔 스러지는 장미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물가의 노랑꽃창포와 하얀 쌀밥처럼 보이는 이팝나무의 기억 위로 피어날
아름다운 하얗고 향기 좋은 치자꽃. 잉글리시 보랏빛 라벤더.
하늘을 향한 기도의 마음인 듯 덩굴로 피어나는 능소화가 기대된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비비추 보랏빛이 6월의 지루한
장맛비의 고단함을 잊게 해 주리라.
문득 우포늪 왁새(배한봉)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득음은 못하고 시골장이나 떠돌던
소리꾼이 있었다, 신명 한 자락에
막걸리 한 사발이던 그만이던 흰 두루마기의 그 사내'.
일제히 깃을 치며 동편제 넘어가는 왁새의 무리에서
소리꾼의 영혼의 소리를 듣는 시인이 부럽다.
내가 알고 있는 왜가리가 왁새이다.
가보지 못한 우포의 꽃잔치 위로 날아가며
완창을 하는 왁새무리가 나를 설레게 한다.
내가 모르는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식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바람이 데려다준 곳이면
어디든 피어나는 꽃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공간이 바뀌어도 원칙은 변하지 않음을 안다.
꽃들은
환경에 적응하고 주변과 어울리며 피어난다.
씨앗은 바람에 날려 이동하고 뿌리를 내리며 가족을 이룬다.
길가의 무리 지어 있는 꽃무리들이 호흡하며 그들의 일로 바쁘고
별이 내리는 까만 밤에 정겹게 앉아 그들의 쉼을 갖는다.
화려한 꽃일 필요가 없다. 굳이 향을 멀리 내 보낼 필요도 없다.
때로 예상치 못한 것을 그들도 받아들이리라.
인간의 삶도 이들과 과히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5월을 마감한다.
아쉬움으로.
라벤더
능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