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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비

by 김인영

오전 8시 화요일

따뜻하고 쌉쌀하며 고소하고 부드러운 라테 거품과 함께 완벽하게 이름다운 봄날의 여행을 성치 못한 다리로 계획했다.

대합실에서

아직 올라오지 않은 게이트 숫자를 기다리며

커피 한잔을 목에 넘기고 방금 손 흔들며 떠난 남편을 떠올린다.

외로워 힘든 사람은 이 시간 서울역 대합실의

사람들을 보면 기운이 나려나.

수많은 사람들이 긱자의 삶의 패턴 속으로 들어가며 부산스레 움직이는 모습이 괜히 낯설다


나이가 들어가니 급작스레 무너지는 일상.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

누구나 내게 ~'조심하시고요, '

라고 말끝을 맺는다.


살면서 조심해야 할 것이 참 많다.

말조심. 행동 조심. 음식 조심. 차 조심. 그리고 사람 조심도 있다

그뿐이랴 어제 뉴스에는 반려견의 공격으로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사망했다고 한다.

맞다. 반려견도 입에 입마개를 씌우는 습관을 잊으면 안 된다. 조심할 일이다.


좋은 ,그래서 편한 사람들과 선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나누고 기분 좋게 음식을 서로 권하고 나누며

친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준 후

차에 오르는 것으로 만남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은 평안한 하루의 끝이 될 것이다.

인생의 피할 수 없는 것은 즐기라고 했던가?

하지만 숨 막히게 찬란한 날에 자연을 맛보고 걸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 몸과 마음이 힐링됨을 느껴 본 것이 언제인가 싶으니 즐기지 못하는 현실은 피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 내리는 비는 조금 나를 적실 뿐.

곧 지나갈 것이다.

지금 이 시간

마음속으로 계속 뇌이는 한 가지.

'회복'이다

건강의 회복. 일상의 회복.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안으로 들이고

환한 웃음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이에게 귀함과 나눔을 인식시켜 주고 맘껏 사랑하며

어디든 두 발로 나갈 수 있는 자유를 회복하고 싶다.

그것이면 족하다.

오늘 내리는 비는 여우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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