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40이 된단다. 조카가 50이 된단다.
2024년 6월에.
내가 70을 노래하는 사이 기억 속엔 평생 어리기만 한 사랑들이
어느새 장년의 나이로 접어든 것이다.
살아보니 65세 이후가 진짜 인생이었다고 말씀하신 노학자를 생각한다.
근래에 나를 마주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를 억누르던 것들을 보내는 방법도 나름 터득했다.
자신을 사랑하여야 한다고들 말하니 내가 행복해져야 한다니 버릴 것은 버리려고 한다.
가벼워진 것도 인정한다. 당연히 관계가 부드러워질 수밖에~ 말을 아끼는 탓이다.
맞다.
나는 65세를 넘었고 진짜인생을 맛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추억이라 부르는 것들이 귀하게 생각되는 것은 어쩐 일인지?
가파른 길을 걷다가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도 맛있는 밥상을 대할 때도
자꾸 떠오른다.
그 시절이 그리고 그분들이.
젊음의 고단한 기억이 살아나고 ,벗어나고 싶었던 것들이 너무 소중한 시간들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멀어져서 가지지 못하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한계.
진짜 인생은 풍요와 여유로움 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게다.
그때는
고단한 일상에서 잠들기 전 화장을 지우는 것도 귀찮았고
부모가 처음이었기에 보채고 잠 안 드는 아이를 차에 태워 한 밤중에 집을 나온 적도 있었다.
나의 부모님과 연세 드신 분의 외로움을 잘 몰랐다.
자정이 넘어 방을 밝히는 불빛의 의미를 잘 몰랐다.
아픔은 흰 새벽에 가슴을 후비는 것을 몰랐다.
왜 그리 무디었을까.
이제 장년이 되어 조금 더 깊고 향기로운 인생을 위해 달리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통하고 행복하며 대견하기만 하다.
세상의 온갖 행복은 다 누리고 살라고 전해주고 싶다.
더불어 한 가지 내가 놓친 것들을 그들이 꼭 잡기를 바란다.
나는 인내심이 부족했다. 사랑이 부족했다.
아마 미소도 부족했을 것이다.
초록이 잎을 달더니 그 아름다운 봄이 다 지나고
여름을 향하여 달라는 6월의 오늘.
나는 양치류가 가득한 그리고 편백나무가 하늘 높이 솟아있는 숲으로 가고 싶다
아주 작은 것들이 자라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며
그늘을 내어주는 숲 속의 비밀을 탐하러 가고 싶다.
바람과 빛과 산소들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그 숲에서 새들의 노래를 듣고 싶다.
지나간 것들과 지금 다가오는 것들을 생각하며 잠시 쉬고 싶다.
성북 낙산여신 김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