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곤 했다.
멋진 장소를 기억하고 다시 못 올 최고의 순간을 남기자며 많이도 찍었다.
맛집도 찍고 보리암에서도 찍고 유럽의 교회와 성당.
바다. 산. 들판. 사람. 꽃과. 나무. 미술품도 찍으며 행복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발 닿은 곳에서 늘 맛집과 사진은 필수였다.
찍은 사진들이 달아날까 잊혀질까 조바심하며 액자에 걸어 보관도 했다.
내가 내 밖의 것을 찾아 헤매는 사이
나 또한 누군가의 피사체가 되기도 했다.
모래 사구에 올라 태평양 위로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는 무심한 순간을
(내겐 영겁의 시간으로 느껴지는 찰나) 바라보고 있는 것을 사진에 담은 지인도 있었다.
45년 전 폴라로이드를 사용하는 신세계의 경험은 또 얼마나 신비로웠던가.
내가 지닌 사진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어머니의 젊은 날의 사진이다.
과시하는? 것을 조금은 즐기시던 어머니의 말씀으론 작은 도시.
중앙통에 위치한 가장 큰 사진관에 전시용으로 걸려있었다고 말씀하시던 사진이다.
사진 속의 어머닌 가르마를 타시고 곱게 파마를 하신 머리에 얼핏 봐도 고급진 한복으로 치장을 하셨다.
큰 눈과 콧날이 눈에 띄는 얼굴선으로 고전미인은 아니고 어딘가 이국적인 모습의 엄마.
엄마는 사진 속에서 희미한 모습으로 웃고 계신다.
실상 엄마는 평소에 그런 모습으로 미소를 보이신 기억이 없다.
모나리자를 어디선가 보신 것인가?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참 많았는데
이리저리 옮기며 사는 동안 줄이고 살자며 처분한 탓에 죄송하게도 그다지 많지 않다.
내 탓만은 아니다
어머니가 어느 날 인가 말씀하셨다.
'다 버려라' 무에 그리 효녀였다고 순종했을까.
아쉽다. 그립다. 죄송하다.
사진도 그립고 엄마도 그립다.
나는 20분 후에 대중목욕탕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 또 어머니 생각이 난다
우리 모녀의 공통점은 목욕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4시간도 목욕탕에 있을 수 있는 것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남편과의 목욕탕 트립은
재미없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남편은 한 시간에 끝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지금 계신다면 나도 처음 방문한
우리 동네 코너에 위치한. 손흥민 선수의 사진이ㅡ 걸린 커피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달달한 카푸치노 한 잔을 대접하고
목욕이 끝나면 시원한 냉면을 함께 드시고
커다란 수박 한 덩이 주문하여
함께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고 싶다.
어머니의 사진은 그냥 내 가슴속에 박혀있다. 인쳐있다.
사라진 사진 속의 어머니는 내게서 떠난 적이 없다.
멋진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내 사랑.
그것이 사링이이리라.
멋진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