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고요 속에 머무는 순간에 재즈를 듣게 된 것은 뜻밖이었다. 이 시간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는 것도 이례적이긴 하다. 덥다 .
캐나다로 여행을 떠난 작은 딸은 개가 끄는 썰매를 타러 가는 버스 속에서 들뜬 모습으로 소식을 알려왔다.
이 시간 문득 티브이에서 보았던 알래스카 그 신비한 곳의한 겨울 원더랜드가 떠오른다.
화관인 듯 품위 있고 멋진 뿔을 가진 순록들이마음씨 좋은 여인의 가족으로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순한 순록들과 더불어 선한 마음을 지니고 사는 삶. 투박한 외모로 아무 걱정도 없는 듯 묵묵히 나무를 자르며 자연에 동화되어 사는 모습이 온기가 되어 온몸에 퍼져 나갔다.
나는 어떠한가
온갖 좋은 것을 누리며 사는 듯한데.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두려움의 방에 갇혀 답답할 때가 있지 않은 가. 내가 지금 오르는 언덕길이 힘들어지면어쩌나? 웃으며 바라보는 나의 몽블랑인 북한산봉우리를 마주하지 못하면 어쩌나?
가끔 눈으로 하는 여행을 통해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보며 힘을 얻고 반성하며 도전의 용기를 얻을 때가 있다.
알래스카의 한 부부를 보았다. 화가였던 남편은 복잡한 사회에서 멀어지고 싶어서 살던 곳을 떠나 2차 세계대전에 보급선으로 사용되었던 배를 끊임없이 개조하며 30년째 살고 있었다. 6남매를 키워 떠나보냈고 딸이 자던 침대를 손녀가 지나갔다.
알래스카의 혹한에 대비하여 남편은 부인의 발이 얼까 걱정된다며 미소 띤 얼굴로배 표면의 방한을 위해 작업을 한다. 바다가 보이는 식탁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부엌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다시 둥근 창을 만드는 남편. 손뼉을 치며 행복해하는 아내. 새로 들인 창을 통으로 새와 산들바람을 청해 사는 부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은 주변을 둘러싼 자연만은 아니었다. 아내가 행복해야 자신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남편. 그들은 이상한 나라 원더랜드에 사는 서로 고운 부부였다. 어느 삶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새벽공기 사이로 디나 워싱턴(Dinah Washington)이 아직 살 있다면 재즈계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진행자의 멘트가 들린다.
잠 못 드는 새벽. 끝나지 않은 노래덕분에 행복한 시간이다 빨간 코 루돌프가 바로 순록이 아니던가. 재즈로 듣는 루돌프가 끄는 눈썰매는 더 밝고 건강한 방울 소리를 내며 산길을 달리는 것 같다. 열 마리의 순록이 이끄는 눈썰매를 타고 나 또한 원더랜드를 달리고 있다. 산타클로스가 우리 마을로 내려오는 설렘을 갖고 기다리고 있는 나. 왠지 기다리던 무엇이 선물로 떨어질 것 같은 시간에 남극에서 온 팽수는 내게 말한다'
'웃어라. 행복해질 것이다’
버려진 곳에 꽃이 피는 시간 속 여행을 하고 나니 바람 속에 잠재워진 나를 발견한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의 크리스마스가 내 마음에 다가오는 기이한 새벽의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