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어쩔 수 없음으로 그 사이를 즐기라"는 말이 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모든 것이 아쉽다.
소화력이 떨어지고 근력도 전만 못하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많건만 보는 눈도 마음도 꽃 피는 봄 날을 눈 앞에 두고도 놀람과 감격과 탄성은 멀리 흘려보낸다.
우리는 이 봄을 붙잡기로 했다. 찬란한 봄이 얼마나 우리 곁에 지킬지 알 수 없지 않은가.
서둘러 비행기를 탔다.
몇 차례 초대의 기회를 놓친 우리에게 조금은 서운했을 6년 차 제주댁인 언니의 집을 방문했다.
'에코하우스'라고 명명한 언니와 형부는 제주시에서 제왕과 왕후처럼 살고 있다.
별은 하늘에서 빛나고 밤이면 들판의 짐승들도 벗이 되는 집.
아침이면 손수 가꾼 텃밭의 채소가 삶은 달걀과 따뜻한 빵과 함께 식탁에 오른다.
식사 후 노부부는 각자의 일터로 나간다.
오후의 그림자가 드리울 시간 애완견 쿠키와 산책하는 시간이 젤 즐겁다는 팔순의 형부는 아주 가끔씩 말을 조금 더듬으신다. 인지장애의 초기란다.
세월의 흔적이다. 이것이 인생이다.쓸쓸함이 낙엽이 된다.
우리의 이야기는 밤 늦도록 이어지고.
까만 새벽에 다시 시작한다.
과거의 삶과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과 오늘을 사는 이야기와 어린 것들의 미소와 재롱을 나눈다.
아직 해가 왼전히 퍼지지 시간.
창밖을 바라보다 제주의 무덤을 발견한다.
무덤 곁에서 단잠을 잤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일면식이 없는 무덤의 주인과 2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밤 시간을 보냈다니~~
도시의 무덤은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다.
하지만 제주인들은 생각이 다르디.
자연으로 돌아간 인생의 무덤을 살아있는 인간과 가까이 두고 함께 사는 것이다.
오랫동안 마늘 밭 중앙에 자리한 무덤을 비라보며 혼잣밀을 한다.
"제가 당신과 함께 한 밤이 불편하시진 않으셨나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지극히 제한적임을 모두 인정하며 호흡하는 동안 가고 싶은 곳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많이 보기로 한다 그렇게 지내기로 한다.
삶과 죽음의 사이를 즐기기로 한다.
'에코 하우스 ' 참 좋은 이름이다.
돌아가 낙산길 243~15 나의 집을 나만의 궁궐로 만들리라 다짐한다. .나도 왕후가 될 것이다.
부엌 창을 통하여 보이는 파초
*이름 모를 제주인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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