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건축

by 김인영

텅 빈 버스를 타고 간다.

병원 검사를 위해 집을 일찍 나선 때문.

아직 도시가 잠 자고 있는 듯 거리의 주인은 하늘을 나르는 새이다.

창경궁 낮은 돌담에 핀 곡선의 부드러움을 돌아 차는

창덕궁에 이어 송현 공원으로 안내힌다.

전시를 위해 부지런한 이들이 이른 새벽 장비를 나르고 있다.

누구나 보지 읺고는 지나치지 못 하도록 큰 글자로


'사람을 위한 건축'이라 쓰여있다.


나는 평생을 건축가의 이름과 명예로 살아온 분을 기억한다. 삶이 오로지 사랑으로 점철된 92세의 소풍길을 보내셨다. 사람을 사랑하시고 건축을 사랑하시던 분.

선과 색에 대한 특별한 열린 오감.

누구에게나 사랑한다며 서슴치 않고 안아 주시는 분.

광장동 커피샵 한 자리에서 새벽 미사 후 한 잔의

커피를 즐기시던 분.

햔강을 바라보며 '미소라 히바리'의 노래를 듣고 작업을 하시던 노 교수님.

사람을 사랑하는 까닭에 분명히 남겨진 건축물엔 사람의 향기가 자리했으리라 믿는다.


그 분의 큰 힘은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겸손이 지니쳐 타인이 오히려 겸연쩍기도했다.

성 라자로 성당.서교동 성당. 반포 성당등을 설계하신 대가 이신 분의 마지막은 힘들었다. 그래서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투석과 당뇨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안부 전화를 드리면 '♡♡엄마 사랑해요.'라며 내게 맛난 것 사주겠다고 하시던 분.

수 많은 성당을 설계와 건축을 하셨지만 사례비는 늘 어려운 분들에게 건네 주시는 터에 절은 날 사모님의 통장은 비어있었다고 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명예와 부를 위해 달려 가는가. 자신의 것을 챙기느라 꽉 움켜진 손은 또한 얼마나 단단한가.나도 별반 다른 인생이아니다.


그분의 작품이 거실 한 켠에 있음이 감사하다.

생전의 모습을 보는 듯 하기 때문이다.

길 위의 소풍이 아름다운 날은 타인의 어려움을 보듬고 나누며 베푸는 벗을 만날 때 아니던가.

그런 기억을 갖고 사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 여인이던가.

송현 공원을 지나치며 잠시 귀한 분을 생각하니

마땅치 않던 병원의 턱이 조금 낮아진 듯하다.

초록이 물드는 봄이 오면 성당 순례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한 저녁 별이 뜨는 성당에 가면 잠시 교수님도 내려 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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