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떠나 10시간 가까이 날아온 도시 뱅쿠버는 꼭 오고 싶었던 곳이다.3월의 뱅쿠버는 비가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역시 꽃샘 추위 같은 쌀쌀한 날씨는 내리는 비와 함께 나를 그닥 반기는 것 같지 않았다.
어쩌자고 저들은 반 팔에 우산도 없이 걷는단 말인가.공항에서 택시 타는 것보다 열차가 좋을꺼라며 작별한 그 남자의 친절함이 조금 원망스럽기도하다.
우린 티켓을 끊으며 키오스크에서 시간도 지체되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다시 보는 도시는 역시 신선한 충격이다.눈 덮힌 산과 태평양을 곁에 두고 걷는 스탠리파크와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한 잔의 맥주에 곁들인 수제버거는 쌓였던 피로를 거두어갔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보다도 큰 스탠리파크에서 예정했던 자전거는 타지 못했으나 그저 걷고 또 걷는 시간이 생기의 연속이었다.
인디언이 사라지고 영국인이 들어와 이어진 역사가 오늘에 이르러 다민족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서로 어루러져 조화롭게 사는듯 하다.
우리는 사람 많고 번잡한 롭슨 스트리트의 명품거리는잠시 스쳤다.이미 눈으로는 뉴욕에서도 파리에서도 많이 보지 않았던가.
공장지대를 변형하여 만든 관광객이 꼭 들린다는 그랜빌 아일런드의 *클램차우더*는 추위를 타는 내겐 영혼의 스프였다. 누구나 즐기는 그 시간 마켓플레이스의 구석진 곳에서 *대니 보이*를 연주하는 길거리 악사에게 나는* 오니언스프*라도 대접하고 싶어 곁에 놓인 바구니를 찾아 두리번 거렸다.
캐나다에서 토론토 몬트리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 뱅쿠버의 역사를 지켜 본 시계가 있다.개스타운에 있는 증기시계다
15분 마다 정확히 스팀이 나오는 시계. 주변의 고풍스런 유럽풍의 건물과 어울리는 시계를 본 후 우리는 이곳의 명물인 Lee's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혹시 한국인이 주인 일까 생각했다.
증기 시계 밑에서 왠지 경건해지는 듯 ~*
조국 이란의 혼자 계신 94세의 노모를 걱정하는
택시 운전기사가 35년의 망명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했다.
북적거리던 사람들이 실내로 들어간 뒤 바다를 마주한 컨벤션센터의 정적을 즐기며 앞산과 바다가 선물한 평온을 즐기고 있다.
나는 85주년을 맞이하는 동양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아마도 남편을 위한 사진을 몇 장 찍고 몇몇의 안면이 있는 분들과 이야기하고 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의 의미있는 귀한 순간이기도하다.
그래서 오고 싶었다.
남편이 버클리대학에서 출간한 책들을 중심으로 열리는 세션에 함께 하기 위해 출발했고 오후에는 우리의 징비록을 중심으로 토론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서애 류성용님이 주시는 용의 기운을
받아 순조로운 행사가 되기를 기원한다.2026년 3월에 이곳에 올 수 있음이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