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만난 사람들

by 김인영


먼 길 떠나야 하고 좋은 사람 낯선 풍경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시인이 발을 주무르며 부탁한다.
먼저 가서 만나달라고. 고생한다며 주무른
나도 발을 주무르고 출발했다.

오전 4시 53분 비 내리는 도시를 달려 도착한 기차역은 아무도 없다.
목적지인 시애틀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 속의 엿새를 돌아보며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도 나처럼 여행자들 아니던가.

1. 방금 헤어진 택시 운전자가 떠오른다.
조국을 떠나 삶의 터전을 타국에서 잡고 사는 이들은 모두 반 쪽이다. 새벽에 운전대를 잡고 호텔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오전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는 그도 잠을 설친 나도 목소리가 잠겨있다. 나는 남은 약간의 캐나다 돈을 건네주며 그가 오늘도 힘차게 목소리를 회복하길 바란다.
정치에 질려 신을 외면하며 산다는 아랍인도 안타깝기만 하다. 인간은 자연에게도 신에게도 폐를 끼치고 산다.
욕심과 이기심 때문이다.

2. 낯선 도시에서 구글맵도 잘 읽지 못해 식당을 찾지 못하는 우리에게 돌고 돌아 친절히 안내해 주고 돌아간 지니는 다시 우리에게 나타나 밤길 걷는 방향을 잘 못 알려주었다며 정정해 주고 나간다. 자기 생일에 한 번씩 들린다는 제법 알려진 식당의 식사를 함께 권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한국 친구가 내 몫까지 나눔을 해주면 하는 바람이다.

3. 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모여 저녁을 함께 했다.
버클리 대학에서 대접하는 맛난 음식을 나누며 서로를 조금씩 더 열었다. 연세 지긋한 교수님은 밴쿠버의 온화한 기후를 최고로 꼽는다. 한국의 여름은 견디기 어렵단다. 맞는 말씀이다. 그럼에도 일 년에 한 번은 조국을 방문하신단다.
치열한 노력의 시간을 지나 한 자리에 모인 분들이 자랑스럽다.

코에 2개씩 구멍을 낸 아직 20대의 밝고 영리한 그녀는 인천에 계시는 할머니와 조금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어를 최근에 열심히 배웠다고 한다. 초면인 내게 얼마나 살갑던지 귀엽고 기특하다.
사람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날 음식을 나누며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며 타국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분들을 만난 것이 참 기뻤다.

4. 묵었던 호텔의 지하에 약국이 있다.
예쁘고 친절한 약사님은 결국 내가 한국인이냐고 물어왔다.
너무나 영어를 잘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주변에 한국말을 하는 분이 전혀 없는 곳에서 자란 탓에 영어만 하다 2년 전 한국에 나가 친척들을 만나며 마구잡이로 한국말을 배운다는 겸손한 그녀는 곧 완벽한 우리말을 구사할 것이 확실하다
그녀에게 딱 맞는 남성이 구애할 것을 믿는다

5. 허락된 마지막 날의 오후
밴쿠버의 대학(UBC)을 방문하기 원하는 남편의 의견을 받아들여 가기로 했다.
조금 늦은 오후라 박물관 투어가 어려운 탓에 캠퍼스만 둘러보기로 했다.
낯설고 넓은 곳을 두리번거리는 내게 도움이 필요하냐며 다가온 76세의 메리는 천사였다.
자신이 졸업한 모교의 자랑스러운 가이드가 되어 우리에게 더 할 수 없는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

높은 산을 하이킹하고 집에서 유람선을 타고 도시로 건너와 가끔씩 손자를 돌본다는 그녀는 씩씩하며 해박한 지식으로 어울려 사는 법을 알고 있는 지혜로운 노년을 보내는 듯싶었다

낯선 곳이 낯설지 않음은 서로를 향한 애정 어린 눈빛과 말투였다. 우리는 모두 향기 나는 꽃임이 분명하다.

6. 이제 플랫폼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곁에 캐롤라인 할머니 덕분에 지루한 시간을 넘겼다. 사실 이른 시간에 홈리스 피플이 누워 있고 자신의 가방을 절대 놓고 다니지 말라는 안내방송과 마시지 못한 커피 때문인지 춥고 긴장했다.

모여드는 사람들의 온기로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보채는 아기의 울음소리로 덜컹거리는 기계의 소음으로 깨어나는 새벽이 반갑고 사랑스럽다.

이제 나는 캐나다를 떠나 미국의 시애틀로 향한다.
사람과 더불어 함께 하는 자연도 신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선물에 감사하며 비행기 대신 택한 기차 여행이 좋은 선택이길 바라며 잠시 눈을 감는다.

U B C 대학 교정에서 보이는 캐나다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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