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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희 책여울 Feb 24. 2023

첫 만남은 동시-동시와 놀기

평범한 순간도 시가 된다. 이상교 시인의 <소리가 들리는 동시집>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첫 수업은 동시로 정할 때가 많다. 동시만 함께 낭독해도 노래 부르는 기분이 들어 첫 만남의 어색함이 조금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짧은 글이라 친구들 부담감도 적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라면 일 년 동안 동시 쓰기를 꾸준히 해 보시면 어떨까 싶다.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일 년 동안 틈날 때마다 동시 읽기를 추천한다. 매일 동시 한 편씩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함께 읽어본다. 재미난 표현을 이야기해 보고 멋진 표현에는 형광펜으로 밑줄도 그어본다. 동시 노트가 따로 있으면 더 좋겠다. 좋아하는 동시를 써보기도 하고 모방시도 내 맘대로 적어 보는 거다. 



 ▶동시 낭송하기

 첫 시간, 짧고 재미있는 동시를 함께 낭송한다. 한 줄은 선생님이 다음 줄은 친구들이 읽는다. 읽다 보면 노래 부르는 느낌 들어 나도 몰래 고개를 까딱이며 박자를 맞춘다. 동시를 낭송하고 포스트잇에 특별히 맘에 드는 문장을 쓰게 한다. 그 부분이 왜 맘에 들었는지 말로 표현하는 것도 처음엔 어렵지만 계속 느낌을 표현하는 기회를 갖게 한다. 고급 독자는 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멋진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 눈과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고급 독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앙케트 조사하기

 함께 읽은 몇 편의 동시가 있다면 어떤 동시가 끌리는지 앙케트 조사를 한다. 순위를 예측도 해보고 우리 반이 뽑은 최고의 동시는 무엇인지 알아보면서 내가 뽑은 동시의 매력을 스스로 생각해 보는 거다. 

      

 ▶동시 제목 맞춰보고 제목도 다르게 써 보기

 동시 제목을 지우고 맞춰 보는 거다. 친구들이 어려워하면 초성 힌트를 주거나 첫 글자를 알려준다. 시 제목을 맞췄다면 요번엔 다르게 제목을 바꿔본다. 어린이들이 바꾼 제목이 더 좋은 경우도 많다. 그럴 때 아이와 하이파이브!    

 

 ▶동시 빈칸 채우기

 동시에서 중요한 단어를 빈칸으로 남겨놓자. 동시의 앞뒤 문맥에 어울리는 다양한 단어를 생각해 보는 거다. 짝꿍과 생각을 나누면서 함께 답을 맞혀본다.  



    

 ▶내가 쓴 동시

 뭐니 뭐니 해도 동시 수업의 백미는 직접 시를 써 보는 거다. 핸드폰으로 풍경을 찍고 그 풍경에 맞는 동시를 써 보게 한다. 처음엔 막막하지만 어느새 뚝딱 시 한 편이 탄생한다. 그 순간 스스로 대견스러워 우쭐해하는 친구들 모습이 사랑스럽다. 재동초등학교 4학년 강선재 어린이는 동시 쓰고 시화도 직접 그려서 <시 주머니 어따 놨어?>라는 동시집을 출간했다. 누구든 동시 읽기를 좋아하면 할 수 있는 멋진 일이다.     

 동시를 즐겨 읽다 보면 모든 순간이 시(詩)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평범한 순간이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린이들은 훨씬 풍요로운 뜰을 소유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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