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각들로 일상이 부서진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유량에서 책 읽기-멜 트레고닝의 작은 생각

by 황선희 책여울

저는 초등학교 입학통지서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억지로 학교에 데려가서 입학을 시켰습니다. 그때는 이런 일이 가능했던 순진한 시대였거든요. 그 순간이 얼마나 이상했는지 50년도 더 지난 지금도 그날이 떠오릅니다. 저는 아주아주 작고 깡마른 아이였어요. 눈만 반짝반짝 빛났을 거예요. 얘는 똑똑해서 잘 따라갈 거라는 엄마의 말이 자랑스럽기는커녕 부끄럽기만 했던 기억...


엄마는 왜 저를 빨리 입학시키려 했을까요. 가난했던 우리 집은 엄마도 일을 해야 했어요. 그러려면 저를 학교에 빨리 보낼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유치원을 보내야 마땅한 나이지만 우리는 유치원이란 게 있는지도 모르는 세상에 살았거든요.


매일 학교 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제 몸보다 큰 가방을 들고 때론 비를 맞으며 다녔던 등하굣길이 고단해서 집에 오면 밥도 안 먹고 쓰러져 잤던 기억으로 가득해요.


멜 트레고닝의 작은 생각을 앞에 두고 국민학교 1학년의 저를 떠올렸어요. 너무 어려 못 느꼈겠지만 책 속 소년처럼 제 몸이 조금씩 부서져나가는 기분이었을 거예요. 저는 다행히 뭐든 비교적 잘 견디는 편이라 무사히 그 시간들을 버텼던 것 같아요.


작은 생각에는 글이 거의 없지만 그림 속에 많은 말들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그림을 뚫어져라 보다가 눈물을 훔치게 됩니다. 소년을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럴 즈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이를 만나요. 몸의 여기저기가 떨어져 나간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금방 알아볼 수 있지요.

작은 생각들이 나의 일상을 터무니없이 허물어뜨렸던 숱한 기억들을 갖고 있는 저에게는 한줄기 위안을 주는 책이었어요

책의 저자인 멜 트레고닝은 1983년 호주 서부 퍼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았는데, 이 기간 동안 그녀의 첫 작품 '토이'가 샨샨에 연재되었습니다. 멜 트레고닝은 RIC간행물의 사내 삽화가였고, 그녀의 첫 단편 소설 '나이트'는 2009년에 게슈탈트 코믹스에 의해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락사,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HB0의 트로인스 게임, 해리 포터와 재미있는 스탠드 업 코미디를 좋아했으며 안타깝게도 멜은 '작은 생각'을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고 2014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유족으로는 아버지, 어머니. 언니, 오빠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