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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슬로 Sep 12. 2023

고상한 삶

 사회 생활을 5년도 채하지 않은 많지 않은 나이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니 친구들과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어릴 때도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땐 세상 모든 것을 눈부신 모험이라 생각하며 막연히 상상했었다면 지금은 얄팍한 사회 경험을 통해 느낀 감정으로 좀 더 현실성 있게 어떻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지금 하는 이야기 역시 몇 년이 지나고 나면 그 때도 뭣도 모르고 그런 이야기를 했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말이다.


 여하튼 지금 내가 쓰고자 하는 것은 요근래 친구들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어떻게 살고 싶냐는 물음에 나는 항상 고상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 찾아보니 고상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품위나 몸가짐의 수준이 높고 훌륭하다'라는 뜻이다. 물론 내가 사전적 의미를 정확히 알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고상하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 했을 때의 의미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고상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은 "도대체 고상하게 사는 것이 뭔데?"라며 반문을 하곤 했다(의문이 아니라 반문이었다). 친구들의 물음에 나도 명확하게 대답하진 못했다. '고상한 삶'이란 '품위나 몸가짐의 수준이 높고 훌륭한 삶'을 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또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고상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그렇게 말했을 때는 '고상하다'라는 단어가 그냥 있어보여서 그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하다보니 '고상한 삶'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되었다.


 '고상한 삶'을 생각했을 때 생각나는 직접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 사진을 찾다가 찾은 다른 사진으로 갈음한다. 나에게 '고상한 삶'이란 왼쪽의 이미지와 같은 삶이다(찾지 못한 사진이 훨씬 더 적합한데 찾지 못해 아쉽다). 추상적인 이미지를 언어로 바꾸는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여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 마디로 말한다면 내가 생각한 '고상한 삶'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삶이라기 보다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삶이다. 돈 때문에, 인간 관계 때문에, 사회적 평판(있지도 않지만)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들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삶이 '고상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지금 가장 단순히 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일 것이다. 돈을 많이 벌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돈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내 생각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다른 누군가도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했겠지하며 합리화도 하게 된다(만약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답변일 것이다. 나 역시 고민하는 척하고 고민에 큰 힘을 쏟지는 않았기에 별 다른 답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해도 결국 돈을 많이 벌어서 내 삶의 고민을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 멋이 없잖아. 돈이 많다고 해서 모든 삶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을 뿐더라 내 삶의 어떠한 가치를 찾아낼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제부터 내가 살고 싶은 '고상한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려 한다. 아니 꼭 '고상한 삶'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 삶의 가치관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으니. 그냥 훗날 지금 이 맘때를 생각할 때는 '그 때도 치기어린 생각이었지'라는 생각 대신 '그 때의 나는 진심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었지'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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