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 청년 65만 중 1명이 됐다(Feat. 약속의 3개월)
"팀장님, 저 퇴사 면담 신청할게요"
인사담당자로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맞이했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우리 조직에 들어와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서 기획과 운영을 동시에 수행했고, 저연차임에도 혹은 고연차임에도 새로운 도전을 담담하게 수행한 이들이 고마웠다. 그렇기에, 그들이 조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꽃다발과 작은 선물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준비만했던 내가 이제는 작별의 선물을 받게 됐다. 햇살 가득 머금은 꽃이 피어나는 그 해 3월의 어느 봄날에 말이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나는 3순위를 기준으로 입사지원을 했다.
1순위: 인사 업무 수행(본가 기준 편도 30분 거리)
2순위: 인사+총무 업무 수행(본가 기준 편도 1시간 거리)
3순위: 인사 업무 수행(수도권)
지방에 있는 기업 상황과 인사 업무 특성을 고려했을 때 입사 지원 시 나는 다른 경력직 후보자와 비교 시
매력적인 후보자는 아니었다. 당시에 지방 사립대(비상경계, 토익 미보유)를 졸업한 것이 나의 현주소였고,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보유한 그들과 비교 시 내 이력서는 한 없이 초라하고 볼품없었다.
그럼에도, 내 기준 상 2순위에 해당하는 기업(연구소)에서 경영지원(구매, 총무, 재무, 인사 등) 포지션+1년 계약직을 제안받았다. 좋은 제안이었다. 직무 특성상 신입을 잘 뽑지 않는 포지션임에도 그들은 내게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부족한 Excel&PPT실력은 직무교육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인사 업무의 비중이 매우 작았기에 나는 결국, 그들의 제안을 드롭하고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나는 '3순위'를 선택했다. 그리고, 생전 좋아하지도 않고 1g의 관심도 없었고 친구들에게 얘기해도 '응?? 네가 OO분야 회사에 취업했다고??'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의 연결 고리가 없는 회사에 취업했다.
"바로, 뷰티 회사이다.
그렇게, 입사 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약 2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총 3번의 팀장님이 교체가 되는 환경을 경험했다. 세 번째 팀장님과 함께 약 7개월의 시간을 보냈고, 그 팀장님을 마지막으로 서두에 언급했듯이
나는 사표를 냈다. 그리고...
"미취업 청년 65만 명 중 1명이 됐다"
퇴사면담은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미, 팀장님께는 메시지로 '퇴사 면담 신청하겠습니다'라고 의사를 전했기에 면담의 목적은 그 무엇보다 명확했다. 그러나, 면담은 쉽지 않았다. 팀장님과 나는 '그만둬야 하는 이유'와 '그만두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각자 명확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1시간의 기나긴 시간이 끝나갈 무렵, 팀장님께서는 내게 최후의 한 마디를 했다. 단단했고, 확고한 내 마음이 그리고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통해 완벽한 승리를 예상한 나는, 그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OO님, 그만두면 저도 퇴사할 거예요"
나머지 30분의 시간은 팀장님께서 이 조직에 남아 있으셔야 하는 이유와 내가 퇴직함으로써 새롭게 채용되는 대체되는 인재와 함께 즐겁게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는 미래를 전달했다. 팀장님을 존중했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진실하게 의견을 전했다. 기나긴 면담의 시간은 끝났다. 내가 내린 결정은 상부에 보고됐다. 후회되지 않겠냐는 주변 상사의 물음, 밖은 춥다는 동료들의 걱정, 그리고 나를 무엇보다 아껴주셨던 조직의 리더의 말 한마디.
"부모님께는 말씀드렸어?"
감사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차디차고 삭막한 서울 아래 내 미래를 걱정해 주는 이를 열 손가락 안으로 셀 수 있을까? 어려운 얘기이다.
"아뇨, 부모님께는 말씀 못 드렸어요. 걱정하실 것 같아서요"
퇴사예정일은 빠르게 다가왔고, 챙겨해야 할 서류와 제출해야 할 서류들을 챙겼다. 그리고, 친했던 다른 몇몇 부서의 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렸고 함께했던 사람들과 작별의 술 한잔을 나눴다. 더 잘 돼서 보자는 사람, 여기보다 더 큰 회사에 이직하라고 권한 사람. 모두 고마웠다. 그렇게, 마지막 고기 한 점과 복분자를 마시면서 인사를 나눴고, 사람들과 헤어진 뒤 지하철을 타고 집 근처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내린 후 하늘을 바라봤다. 달은 아름다웠고, 별빛은 은은하게 빛났다. 마치, 내 앞길의 이정표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집으로 향해 가는 길 결국 눈에 따뜻한 눈물이 고였고, 누가 보든 말든 서럽게 울면서 걸어갔다. "어설펐던 나, 부족했던 나, 능동적이지 못한 나. 모든 부분에 미숙했던 나를 감싸줬고, 품어주고, 성장시켜 준 조직" 함께 했던 기간 동안 고마웠고, 죄송했던 기억만이 맴돌았고 모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눈물 가득했던 밤은 지나가고 날은 밝아왔다. 마지막 출근을 해서 꽃다발과 작은 선물을 받게 됐고, 함께했던 분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 후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는 대책 없는 퇴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