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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게 Dec 06. 2022

얼렁뚱땅 그림 동화

    

지역사회의 후원을 받아서 제작한 환경그림동화책의 출판기념행사가 있었다. 장을 부리며 자리를 비워주지 않던 가을을 다그치기라도 하듯 이른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이제 출판기념회까지 해 봤으니 출간 작가 흉내는 제대로 내 본 셈이다.   

  

사실은 무척 부끄럽다. 다행히 e-book으로만 판매가 되고 종이책으로 내려면 자비로 해야 한다. 아까운 종이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종이책으로 받은 몇 권은 환경과 관련된 도서관과 유치원에 모두 기증하기로 했고 한 권만 기념으로 남길 예정이다. 처음에는 그림동화책을 만든다고 자랑도 좀 하고 다녔는데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오른손으로 한 일은 오직 나의 왼손만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져갔다.  

 

색종이 접기를 이용해서 시각적으로 재미있다는 평을 받았고 특히 환경동화책이니만큼 재활용 종이를 활용한것도 후한 평가를 받는 것에 일조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내용은 처음에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수정을 거듭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명작 동화 “행복한 왕자” 패러디로 제주도 돌하르방과 철새 이야기를 환경문제와 접목시켜서 다소 슬프게 끌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유치원에 가서 읽어주기로 되어 있는 옵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면서 유아에게 희망을 주며 옳은 길로 선도하는 쪽으로 대폭 탈바꿈해 버렸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겠지만 이것이 마지막 술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 또한 엄살만은 아니다. 그동안 그림동화책과 멀리 떨어져 있었구나 스스로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화를 쓰기에는 다소 우울한 기질 또한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함께 책을 냈던 사람들은 이미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는데 나는 좀 더 생각해 보고 싶다는 말로 합류를 고사하고 있는 중이다.    


창작이 주는 기쁨은 미급한 결과물에도 있다. 황금 깃털을 가진 작가를 잠시 흉내 냈던 몇 달 동안의 달콤 쌉싸름 했던 여정을 마치며 어떤 의미에서든 한 걸음 더 성장했기를 스스로에게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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