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소비로 보는 나

07.Friday 3:13_채채

파운데이션 7개, 90ml쯤 남아있는 향수 8병, 각종 헤어제품 7개, 글루타티온 4박스(제조사가 서로 다른) , 각종 수분크림 5개.. 소비로 가득 채워진 나의 화장대 모습이다. 난 왜 이런 소비를 하게 됐을까?


화장에 있어 나는 소위 말하는 똥 손에 가깝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잘하게 될 줄 알았던 화장기술(?)이 하나도 늘지 않아 다양한 제품과 손기술을 써야 하는 색조화장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포기를 해버렸고 대신 보다 자연스럽고 맑은 피부 표현에 집중했다. 그리고 결과물로 7개의 파운데이션을 갖게 되었다. 또 섬유유연제 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향수를 항상 뿌리지는 않지만 지나다니다 좋다고 느낄 때 망설임 없이 향수를 샀고, (향수가 꼭 필요할 때가 있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거의 쓰지 않은 상태의 향수가 쌓이게 되었다. 글루타티온의 경우는.. 광고가 (나의) 소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결과인데, 피부건강에 관심이 생기면서 인터넷에 검색 몇 번 했더니 매일 당해도 신기한 sns의 알고리즘 세계가 앞다투어 회사별 제품들을 소개했고 분말형, 패치형, 알약형 종류별로 구입하게 되었다. 난 이렇게 끊임없는 소비로 화장대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나는 나의 소비를 후회하지 않다. 나에게 소비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고 더 나은 삶이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난 세상에 필요 없는 소비는 없다고 생각하는 필요 소비형 인간에 가깝다. (편의상 적당히 붙여본 단어이다) “돈 벌기는 힘들고 돈 쓰는 건 한순간이다”라고 말은 해도 ‘이걸 사고 나니 행복하네?’ ‘역시 나에게 필요한 거였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소비에 응당 이유가 생긴다. 멍청한 소비를 하고 후회를 하던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쓰지 않는 향수를 보며 나의 취향을 정확히 알게 되었고 계절에 따라 파운데이션을 달리 써야 피부 표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통기한이 넉넉한 헤어제품을 많이 사두었기에 올리브영 빅세일을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고 여러 타입의 건강보조제를 먹어봤기에 스스로 먹기 편한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비단 화장대뿐만 아니라 나는 캠핑, 운동 등 무언가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때 장비 빨(?)을 세우는 편이기도 하다. 캠핑을 시작할 때도 이왕이면 가격대가 높더라도 좋은 제품, 최근에 시작한 테니스를 시작할 때는 레슨을 잡기도 전에 신발부터 준비했다. 그 결과 나는 캠핑을 다니면서 기변 할 일이 없었기에  남들보다 중복 소비가 적었고 (비싼 것들은 꼭 비싼 값을 하더라) 테니스 레슨 시작과 동시에 갖춰진 기분으로 더 즐겁게 임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낭비라 할지라도 이렇게 나의 소비에 합리화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더 이상은 욕심내지 않기”라는 전제를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소비에 욕심을 담되 카푸어라는 단어처럼 차로 인해 빚을 지는 삶이 아닌 내가 쓸 수 있는 만큼만 소비하려고 노력한다. 캠핑용품을 비싸게 샀다면 당연히 다른 소비는 줄이는 방식을 선택한다.


(소비 대신 저축과 투자를 선택한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더 나은 삶을 살 수 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


또 다른 의미로 내가 다른 취미를 시작하고 용품을 산다는 것은 그만큼 일을 더 많이 해서 추가 수입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니 더 나아진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때때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목표와 의지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도 나는 더 알찬 소비생활을 위해,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또 일을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소비가 날 구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