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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말한다

바보들의 고백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길에서 아이들 싸움이 났다.

그 아이들은 부모가 없을 리 없었다.

잠시 후 삼십 대 남자 둘이 서로 엉켜 싸우고 있다.


길손들도 말리지 않는다. 이렇게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육십이 채 안된 중년 둘이 뛰어와 싸움판에 끼어든다. 그들은 멱살을 잡으며 으르렁거린다.

아마 아이들의 할아버지인 듯싶다.

사실 사람들은 그들의 촌수나 관계 같은 건 관심이 일도 없었다.


사람들은 싸움의 원인을 알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난장판은 볼거리다.

피나도록 싸우면 더욱 다이내믹하다는 인간들의 본성이 보인다. 그냥 가만 두고 보면 된다.

괜히 개입하면 욕만 얻어먹을 터다.

그러니 더욱 재미있게 싸움구경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싸음의 주인공들은 서로 자신들이 옳다는 간혹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경꾼들은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계속해"라고 할 뿐이다.


구경꾼 중에 한 사람이 더욱 흥미 있는 싸움이 되도록 한쪽 젊은 사내에게 돌멩이를 건넨다. 상대편이 아주 미워 보였던 거 같다. 결국 상대 젊은 사내가 피를 흘리며 나뒹굴었다.


그걸 보고 있던 한 구경꾼은 몽둥이를 하나를 중년의 사내들 중 한쪽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내 맞은편 중년이 이마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경찰이 달려왔다.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는지 알아보려 했다. 그러나 그 싸움판에서 아이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다.


모두 경찰서로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싸움판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이 싸움의 원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도 아이들이 왜 싸웠는지 모르고 있다.


이럴 때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난처하다. 취조를 해야 하는데 마땅히 경찰서행을 극구 사양하는 싸움꾼들이다. 구경꾼들 속에서 목격자나 증인을 찾으려 했으나, 하나둘 자리를 빠져나갔다.

정치는 바보의 전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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