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우리가 꿈꾸는 대통령상?

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대통령이 된다는 건 어쩌면 마법사가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허공에서 해답을 뚝 떨어뜨리고, 사람들의 짜증을 실종시키고, 어깨에 기대앉은 국민들의 기대를 ‘무게감’ 아닌 ‘유쾌함’으로 받아내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진짜 뽑고 싶은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

먼저 거짓말할 땐 코가 5미터쯤 늘어나는 사람이면 좋겠다.
국민 앞에 서서 “절대 증세는 없다” 해놓고 다음 날부터 세금이 쿡쿡 올라가면 죽음이다.
그 코에 마스크도 안 맞겠네. 그러니 그런 분은 뽑지 말자.

다음으로는 진짜 대중교통을 타본 사람. 아침 7시 42분 지옥철 2호선에 직접 껴본 경험이 있는 분이면 좋겠다.

“국민의 출근길을 개선하겠습니다” 같은 말을 할 땐, 땀이 흐르며 가방이 얼굴에 박히는 그 느낌을 아는 사람이어야 진정성이 있다. 기사에서만 읽은 사람 말고, 진짜 버스 카드 긁어본 사람이어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말에 책임지는 사람.

“서민을 위해 식비를 줄이겠습니다” 해놓고 청대통령실 냉장고에 캐비어랑 산삼배양근만 있으면 안 된다. 적어도 반찬가게 포장 용기 정도는 본 적 있어야 하지 않겠나?

아, 그리고 웃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정치는 진지해야 하지만, 너무 심각하게 인상 쓰고 “이건 나라를 위한 거다!”만 외치면 듣는 사람은 속으로 '내 통장은 왜 이러지?'라는 생각만 든다.
하루 한 번 국민들에게 유쾌한 농담 하나 날려줄 수 있는 ‘재치 있는 대통령’이라면, 진짜 괜찮은 후보 아닐까? 또 있다.

퇴근할 줄 아는 대통령. 자정 넘어서도 보고서 뒤적이며 일만 하다 국민과 눈도 못 마주치는 대통령 말고,
저녁 6시에 퇴근해서 가족과 밥도 먹고,

주말엔 배구 중계도 보며 “와, 심판 이상하네~” 같은 말도 툭 뱉는 ‘사람 냄새나는 대통령’. 우린 그런 사람한테 한 표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진짜 중요한 건 이거다.

"나는 대통령이기 전에 한 명의 시민입니다."
이 말을 진심으로, 쑥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세상을 거창하게 바꾸겠다는 사람보다, 동네 골목길도 지켜보고, 쓰레기봉투 값도 알고, 버스 환승시간에 뛰어봤던 사람.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고개만 까딱하는 제왕 말고, 국민 눈치도 보고, 버스도 타보고, 시원하게 웃기도 하고, 가끔 민망하게 실수도 하고, 그러다 “에이, 그래도 우리 대통령 괜찮지 않아?” 소리 듣는 사람.

우리가 꿈꾸는 대통령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랑 비슷한데, 조금 더 용감한 사람’ 일지도 모른다.

-2-

정책을 랩으로, 댄스로, 콩트로 표현하는 토너먼트 진행!
“기후 위기 잡자, 전기차로 달려”
정책은 기억 안 나도 후보의 개그는 남겠지.

유권자는 그제야 묻는다.
“저 사람 진심이야?”
그게 가장 필요한 질문이니까.

10세 어린이 30명을 구성해 후보자에게 단 한 가지 질문을 하게 한다.

“대통령 되면 뭐 하실 거예요?”
“나쁜 사람 혼내줄 거예요?”
“우리 동네 놀이터 지켜줄 수 있어요?”

이 질문에 얼굴이 굳어지거나 무려 12줄짜리 ‘경제 전망’을 읊는 후보는 탈락이다.

모든 후보의 유세 대신 한밤중 편의점에 등장시키기이다.
컵라면 뚜껑을 덮고 있는 동안 국민과 자연스레 대화 나누기이다.

어르신, 이건 1+1이에요.”
“아, 컵라면 물 채우기 어렵죠.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런 게 정치 아닐까?

기자 대신, 농부와 환경미화원, 택배기사, 교사, 간호사, 중학생이 직접 질문을 던지는 국민 감자 인터뷰이다.

“일자리 늘린다면서 우리 동네 버스는 왜 없어요?”
“병원은 많은데 의사는 왜 도망가요?”
“시험 없는 세상 만든다면서, 왜 학원은 더 늘어요?”

대답을 못 해도 좋아요.
하지만 ‘웃으며 피하는’ 사람보다 ‘당황해도 솔직히 대답하는’ 사람에게 표는 갑니다.

우리가 꿈꾸는 대통령을 뽑으려면 딱딱한 공약서 대신, 진짜 인간성을 꺼낼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그 무대는 때로 장난스러울 수도 있고, 아이처럼 순수할 수도 있고, 컵라면처럼 서민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쇼맨십’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뽑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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