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아이들은 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지 않을까?

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한때 대통령은 아이들의 꿈이었다.
“장래희망 1위, 대통령!”
마치 대통령이 되면 지구도 구하고, 달나라 회의도 참석할 수 있을 것처럼 들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장래희망이요? 유튜버요.”
“전 스트리머요.”
“카페 사장요. 아, 아니면 게임회사 CEO요.”

어쩌다 대통령은 아이들 꿈에서 탈락했을까?


요즘 아이들 눈에 대통령은 늘 정장 차림에,
서류 더미 앞에서 피곤한 얼굴로 뉴스에 등장한다.
“경제가 어렵습니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그 옆에선 기자들이 질문 폭탄을 던지고,
뉴스 자막엔 “비판”, “논란”, “지지율 하락”이 줄지어 달린다.

이쯤 되면 아이들은 생각한다.
“왜 저런 고생을 사서 해?”

게다가 어른들은 대통령 욕을 입버릇처럼 한다.
“정치인은 다 똑같아.”
“에이, 그 사람도 믿을 수 없어.”

어른들이 싫어하는 걸
아이들이 좋아할 리 없다.


아이들은 유튜브 세대다.
매일 보는 유튜버는 말도 재밌게 잘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광고도 찍고, 팬도 많고, 구독자 100만이면 수익도 어마어마!

반면 대통령은?

실수 한 번에 온 국민에게 욕먹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했다’는 말은 안 나오고, 퇴임 후에도 안심할 수 없는 자리이다.

아이들 눈에는 유튜버는 “즐겁게 사는 사람”이고 대통령은 “힘들게 사는 사람”이다.


희한하게도, 그래도 간혹 대통령을 꿈꾸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불공평한 걸 고치고 싶어요.”

“다른 친구들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아이는 뉴스를 보며 마음이 아프고, 동물의 숲에서조차 마을 예산을 고민하며, 친구들 사이에서 ‘반장’이 아니라 ‘배려’를 한다.

그런 아이는 이미 대통령 감이다.


사라진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요즘 아이들은 ‘대통령’보다 ‘변화’에 더 집중한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꼭 청와대일 필요는 없다는 걸 안다.

유튜브로 말할 수도 있고, 코딩으로 문제를 풀 수도 있고, 예술로 사람을 움직일 수도 있다.

대통령은 사라졌지만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

어쩌면 우리가 묻는 질문이 틀렸는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되고 싶니?” 말고, “세상을 바꾸고 싶니?”라고 묻는다면 훨씬 많은 손이 들릴 것이다.

그리고 그 손들 중 하나가, 언젠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아이는 대통령보다 ‘덜 피곤하고, 덜 욕먹는’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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