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갑질, 나라가 작아지는 순간

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다

by 바람비행기 윤기경

“갑질”이라는 단어는 원래 작은 권력을 쥔 사람이 더 작은 사람을 눌러버릴 때 쓰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단어가 나라의 최고 권력자, 대통령에게 붙는다면 어떨까?
그때부터 이야기는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무거운 풍자가 된다.


대통령의 갑질은 종종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정책 검토도 없이, 국무회의도 없이, “내가 하라면 하는 거지!”라는 식으로 떨어지는 지시.
이 한 마디에 수십만 명의 공무원은 밤을 새우고, 예산은 뒤죽박죽 되고, 결국 잘못되면 “보고가 잘못됐다”는 말 한마디로 끝난다.

갑질형 대통령의 특징은 화를 낼 때 권위가 커진다고 믿는 것이다.
비서실장에게 호통, 참모들에게 폭언, 공무원들을 겁박해 긴장으로 나라를 돌린다.
결과? 정책보다 눈치 보기가 국정 운영의 1번 과제가 된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을 대하는 태도다.
갑질형 대통령은 국민의 비판을 '배은망덕'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라는 말투, 국민이 따르지 않으면 적으로 규정한다.
이쯤 되면 대통령은 국민 위의 주인이 되고, 민주주의는 주인 없는 식탁이 된다.

갑질의 무서운 점은, 당사자는 그것을 리더십이라 믿는다는 것이다.
눈치를 강요하는 문화 속에서 참모들은 예스맨이 되고, 결국 대통령은 현실과 단절된다.
무능은 더 커지고, 결정은 좁아지고, 책임은 사라진다.

대통령은 큰 권력을 쥐었지만, 그 권력은 국민이 잠시 빌려준 것이다.
갑질형 대통령은 이 빌린 힘을 자기 성질대로 쓰다가 스스로 무너진다.

가장 강한 대통령은 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세로 귀를 여는 사람이다.


대통령의 갑질은 나라를 거칠게 만들고, 대통령의 겸손은 나라를 부드럽게 만든다.
결국 어떤 나라가 되느냐는 대통령이 국민을 ‘부하’로 볼지, ‘스승’으로 볼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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