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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Oct 14. 2022

한용운 복종 해석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 한용운, 복종 전문-  

   

     

  2연 5행의 시다. “자유”와 “복종”을 대비시킨다.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대비되는 단어인 “복종”과 “자유”다. 

  「복종」은 1926년 발간된 시집에 들어있는 시다. 1926년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 강점기에 “자유”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일까? 그리고 한용운은 왜 “복종”과 “자유”를 대비시키고 있을까? 

     

  시의 논리구조는 간단하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복종을 좋아한다. 복종이 달콤한 나의 행복이고 신념이다.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당신을 복종할 수 없는 까닭이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한용운 시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불사이군을 의미한다. 그런데 살펴야 할 것이 있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이다. 

  “자유”를 “복종”과 대비시킨 이유를 살펴야 한다. "복종"과 대비되는 “자유”는 불사이군의 “복종”을 배반하는 짓이다. 따라서 “자유”는 친일을 의미한다. 

  그래서 ‘남들은 친일을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불사이군의 충절을 좋아하여요.’이다. 친일파에 대한 한용운의 조롱이다.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나도 친일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불사이군 당신 즉 조선의 왕과 조선 민족에게만 복종하고 싶어요. 

  아무리 남들이 친일을 권해도 조선의 왕과 조선 민족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복종”은 달콤한 나의 행복이다. 그러나 “자유”는 아름답다. 여기서 다시 ‘달콤한 나의 행복’과 ‘아름답다’를 대비시킨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할 수 있다. 그 행복이 달콤하기까지 하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삶이다. 그것이 나의 신념이라는 것을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이라는 진술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름답다는 것은 가치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아름다운 것이 미래에는 추악한 것일 수 있다는 한용운의 분노가 들어있다. 

  불사이군 조선의 왕과 조선 민족에게 복종하는 것은 달콤한 행복이지만, 이를 배신하고 친일을 하는 짓은 미래에 추악한 것이 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여기서 “당신”은 중의적 의미이다. 조선의 왕과 조선 민족과는 다른 친일을 권하는 친일파를 의미한다. 즉 1행의 “남들”이다. “남들”은 친일을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조선 민족 친일파를 말한다. 

  친일파가 “다른 사람” 즉 왜놈에게 복종하라고 하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불사이군의 충절을 깨는 배신이고 달콤한 나의 행복이 사라지는 짓이기 때문이다. 

  이는 친일파들에게 친일은 추악하고 어리석은 짓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느냐는 한용운의 분노이고 조롱이고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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