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상의 일문시에 대해 해석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상이 스스로 퇴고 수정해서 오감도에 포함시킨 오감도 시제4호와 시제5호 외에 그 어떤 일문시도 번역한 텍스트로는 곳곳에 숨어있을 이상의 눈부신 시작법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어느 페친께서 올린 「건축무한육면각체」 해석에 대한 글을 보고 몇 자 적는다. 이루신 성과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이상은 일문시로 1931년부터 「조선과 건축」에 「이상한 가역반응」 등 21편을 김해경 본명으로 발표했고 1932년 처음 필명 ‘이상’으로 「건축무한육면각체」 라는 큰 제목 아래 연작시 7편을 발표했다. 「건축무한육면각체」 7편이 연작시라는 것은 이미 필자가 해석한 오감도 시제4호와 시제5호로 알 수 있다.
때문에 「건축무한육면각체」를 기하학, 4차원 공간, 수학, 물리학 등으로 해석한 것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오감도 시제4호가 만주사변, 조선민족 분열을 치료하겠는 것이고, 오감도 시제5호는 강제 한일합방에 대한 조롱과 분노의 절규이다.
그런데도 수학, 물리학, 기하학, 등등 수많은 해석이 이상을 제국주의 일본에 맞선 민족시인이 아니라 수수께끼나 내는 사람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이상, 소월, 백석을 정신병자, 사랑시만 쓴 시인으로...)
간단하게 「건축무한육면각체」 첫 번째 시에 대해서 제목, 그리고 이상의 특징적 시작법과 몇몇 단어들을 설명하면서 앞서 기하학과 4차원 공간, 수학 등의 해석과 비교해서 읽어보시라고 글을 올린다.
큰 제목 ‘건축무한육면각체’는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이상의 특징적 시작법이 드러나는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상은 건축기사였다. 건축이 무한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불가능하다. 여기서 육면각체는 1932년 당시 아마도 첨단의 건축공법이었을 콘크리트 슬래브 건물을 의미한다. 콘크리트 슬래브 건축물은 육면각체다. 콘크리트 슬래브 건축물은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서 대대적으로 건축되었을 것이다. 이것을 강조하는 특유의 비유법이다.
그런데 무한 건축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제목이 가지고 있는 논리 구조는 불가능한 건축 무한 육면각체는 곧 무너져 멸망할 것이라는 의미다. (“각”이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해석하지 않겠다.) 이것이 연작시 7편을 대표하는 제목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의미다. 따라서 7편의 일문시가 이 큰 제목의 의미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감도 시제4호, 시제5호 역시 이 의미 안에 있다.
소제목 「AU MAGASIN DE NOUVEAUTES」 불어다. ‘새로운 상품들을 신기하게 진열해서 파는 상점이다.’ 새로운 상품들이란 무엇일까? 몇몇 단어를 중심으로 간단한 설명만 하겠다. 해석은 안 하겠다.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복사되고 복사된 흉내내기에 불과한 가짜 지구라는 의미다.
“거세된양말”,- 있었던 것이 제거된, 특히 거세는 내시를 의미한다. 왜 내시인가. 식민지 노예아닌가?
猿猴를흉내내이고있는마드무아젤(원숭이 흉내를 내이고 있는 마드무아젤)- 이상은 오감도 시제9호에서 제국주의 일본을 원숭이라고 한다. 마드무아젤은 조롱이다.
검은잉크가엎질러진 (오감도 시제15호에 '붉은 잉크가 엎질러젓다'와 연결되어 있다.)
명함을짓밟는군용장화(역시 오감도 시제15호 '의족담은 군용장화'와 연결되어 있다.)
이 시의 주제와 내용이 훤히 보인다. 하지만 해석하지 않는다. 번역된 시여서 무의미하다.
이상은 시인다. 그가 쓴 것은 시다. 수학, 물리학, 기하학, 등등의 해석이 지금도 대서특필 되는 세상이다. 딱하다. 고인이 된 이승훈도 오감도 시제4호 “0⸱1”을 2진법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