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책만 읽어야할까?
아마 <기생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수상을 하며, 대본이 책으로 출판되었다. 영화를 보며 놓쳤던 부분들도 볼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대본만으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설과 대본의 차이점이다. 소설은 서술자가 있어 자세하게 인물 또는 사건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대본은 그렇지 않다. 그저 대사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보니 구체적인 상황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대본 책과 함께 스케치 책이 함께 세트로 묶여져 출판되었다.
예전에 <설국열차> 캐스팅 과정에서 크리스 에반스를 섭외할 때도 설국열차 스케치 한 장으로 설득했다는 일화가 있듯이 봉준호 감독은 상황의 디테일을 그림으로 표현하곤 한다. 그 그림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디테일하다. 이렇게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종합예술인 영화로 세계 시장을 사로잡았다.
만화도 이와 같다. 직관적인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만화는 영화에 비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그림책은 권하면서 만화는 꺼려한다. 왜일까? 그래서, 펜을 들었다. 만화도 충분히 읽을만하다. 만화로 공부해온 경험들을 녹여보았다. 아이들과 학교에서 그것도 고등학교에서 함께 수업했던 그 배경들을 토대로 하여 이 글을 써 나갔다. 아이들과 함께 고민했던, 혼자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던 시간들이 담겨있다.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주관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화가 우리에게 주는 장점들에 주목해보았다.
최근 김금숙 작가의 <풀>은 최고의 국제도서(Best International Book) 부문에서 최종 선정되어 하비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만화상인 하비상(Harvey Awards)은 미국의 만화가이자 편집자인 하비 커츠먼(Harvey Kurtzman)의 이름에서 따온 상이다.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릴 정도로 탁월한 만화에 주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기생충>의 수상만큼이나 큰 의미가 있으나,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런 점들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만화도 얼마든지 수준 높고 의미 있는 예술의 한 장르라는 것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더 좋은 만화를 추천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좋은 만화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만화를 찾아 읽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