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쓰는 일본 미술관 여행기 7
세토우치트 리엔날레를 6박 7일 동안 돌아볼 예정이다.
한 섬에 숙소를 정하고 매일 새로운 섬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가방을 짊어지고 옮겨다니며 한 섬에서 하루를 오롯이 즐기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다.
일본의 골든위크가 끝난 다음 날 출발할 예정이라 비교적 한적할 것 같기는 하다.
우선 각 섬을 어떻게 이동할지와 섬마다 볼거리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상세 일정은 그 후에 정할 일이다.
지난번 갔을 때 온라인으로 운항 시간을 검색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오전 배편이 없고 오후 배편만 있기도 했다.
민박집 주인조차 배편이 없더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운항 시간이 꽤 유동적인듯하다.
이번에는 그런 변수까지 생각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나오시마(直島)는 현대미술과 건축이 워낙 유명해서 미술 애호가나 건축가라면 한번쯤 방문했을 섬이다.
안도 다다오의 이우환 미술관과 수련 정원을 따라 올라가면 모네의 수련 작품을 볼 수 있는 치추 미술관,
숙박이 가능한 베네세 하우스에 있는 베네세 뮤지엄이 있다.
마을의 빈집이 미술관이 된 이에 프로젝트의 작품들까지 꼼꼼히 둘러보려면
며칠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섬이다.
미술관과 예술 작품들은 약 4km 정도 거리에 있어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전동 자전거를 빌리면 더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내가 자전거를 잘 못 탄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다.
이우환 미술관, 지추 미술관, 베네세 뮤지엄이 한곳에 모여 있어,
나오시마에 들어가면서 신미술관과 이에 프로젝트를 둘러보고
다음날 하루를 베네세하우스 주변에서 보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아도 좋을 것 같다.
테시마(豊島)에 간다면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와 나이토 레이의 테시마 미술관은 꼭 보아야한다.
미술관 입구에서 핸드폰과 카메라를 넣는 주머니와 덧신을 준다.
명상실에 들어가듯 발소리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움직일 때마다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숨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머리 위로 하늘이 열려있고, 바닥에서는 물방울이 끊임없이 솟아오른다.
물방울이 굴러다는 소리와 고요한 분위기가 저절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미술관 옆에는 테시마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메뉴를 파는 건축가 아베 료의 시마키친이 있다.
크리스니앙 볼탕스키의 심장소리 아카이브,
로벤 폰즈의 승자 없는 농구대 등 곳곳에 미술관과 야외 설치 작품들이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섬은 생각보다 넓어 자전거보다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세토우치에서 가장 큰 섬인 쇼도시마(小豆島)는 올리브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가 1908년 올리브 나무를 일본의 몇 곳에 심었는데, 그중 유일하게 성공한 곳이라고 한다.
올리브 공원은 '마녀 배달부 키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올리브 나무 사이에 있는 시미즈 하가카즈의 리젠트 조형물을 배경으로
리젠트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이 인기라고 한다.
쇼도시마로 들어가는 항구는 도노쇼항(土庄港), 아케다항(池田港), 사카테항(坂手港) 세 곳이다.
연인들을 위한 엔젤로드, 24개의 눈동자 영화마을, 올리브 공원 중
가장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에 가까운 항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레가 100km나 되는 큰 섬이니 걸어 다니기는 어렵고 버스 노선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다.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버스 노선을 미리 잘 알아보아야 한다.
섬에서 하루를 묵을 예정이라면 시코 미야케의 커다란 알 모양의 조형물 주변에
숙소를 잡고 일몰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누지마(犬島)는 2007년 일본 산업 유산으로 지정된 옛 구리 제련소가 있는 섬이다.
지금은 건축가 히로시 삼부이치가 설계한 공간과 야나기 유키노리의 작품이 만나,
'있는 것을 살려, 없는 것을 만든다'는 컨셉 아래 옛 제련소의 구조를 보존하여
벽과 굴뚝을 포함한 공간 전체가 이누지마 세이렌쇼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일본의 근대화를 경고했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집에서 가져온 폐자재로 제작된
'영웅 건전지 Hero Dry Cell'는 일본의 근대화와 전통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마을 전체에 설치 미술들이 있는 '아트 하우스 프로젝트'는
섬을 산책하면서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섬을 다 돌아도 약 5km라 천천히 걸으며 여유롭게 둘러보기에 충분하다.
오기지마(男木島)는 고양이 마을로 잘 알려진 섬이다.
평지가 거의 없고, 경사진 지형에 민가들이 모여 있어 골목길을 산책하듯 작품을 찾아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여객 터미널 광장에 있는 가와시마 다케시와 드림 프렌즈의 'Dancing in the Seto'이 대표 작품이다.
대부분의 작품이 여객터미널 근처에 모여 있어, 길을 따라 걸으며 반나절 정도면 둘러 볼 수 있을 듯하다.
메기지마(女木島)는 다카마쓰에서 배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도깨비섬이라는 별명답게 섬의 전설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설치 작품이 곳곳에 있다.
섬 주민들의 손수레를 작품으로 변신시킨 '온바 팩토리'가 항에서 마을로 가는 길 곳곳에 있다고 한다.
섬 전체를 돌려면 약 8km로, 전부 돌아볼 생각이 아니라면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카미지마(高見島)와 이부키지마(伊吹島)는 작은 섬이지만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다카지마는 계단식으로 늘어선 집들이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고,
에도시대에 지어진 건물과 현대 미술 작품이 함께 있어 골목을 산책하기 좋은 섬이다.
이부키지마는 사누키 우동의 육수용 멸치 '이부키 이리코'의 생산지로 유명하며,
멸치 가공 공장 주변에 예술작품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런데 이 두 섬 모두 가을시즌(10월~11월)에 오픈되는 섬이라 이번 여행 일정에는 넣지 않기로 했다.
이 섬 외에도 몇 곳의 예술제가 열리는 곳들이 있지만 자세한 정보는 가서 알아보아야 겠다.
우선 나오시마, 쇼도시마, 이누지마를 중심으로 상세일정을 잡아보아야겠다.
하루 정도 여유를 두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를 둘러보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이제부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