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섬을 탐험하다 : 세토우치국제예술제2025

미리쓰는 일본 미술관 여행기 6

by ohjee

2016년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다녀왔었다.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니 믿기지 않는다.

3년에 한 번씩 다시 오겠다고 마음먹었었지만,

코로나19로 한동안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었다.

이제야 다시 갈 수 있게 되어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다.

그때를 생각하면 테시마의 작은 숙소에 머물렀던 기억이 먼저 난다.

자녀들이 섬을 떠난 뒤 남은 별채를 숙소로 운영하시던 할아버지의 집은 시간이 멈춘듯했다.

섬에는 그 흔한 편의점조차 없었고, 해가 지면 적막강산이었다.

집안 욕실에 있던 깨끗한 재래식 화장실도 인상 깊었다.

섬에서 빌릴 수 있던 두 대의 렌터카 중 하나를 빌려서 테시마 미술관과 곳곳에 흩어진 예술품을 찾아다녔다.

산책하다 골목에서 만난 아이들이 낯선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모습도 정겨웠다.

차를 반납하러 갔을 때 렌터카 사장님이 '여기서 자고 가냐'며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나오시마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던 주인장의 환대 덕분에 매일 저녁 욕조에서 피로를 풀 수 있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던 프랑스 레스토랑의 주인장은

우리 뒤로 예약 손님이 없다며 숙소까지 차로 데려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2016년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따뜻한 기억들로 남아 있다.


2025년 봄,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를 가기로 했다.

꼭 가겠다는 생각으로 1월에 미리 올 시즌 패스포드까지 선예매했다.

12개 섬 중 어디를 갈지 고민이 되었다.

나오시마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가 설계한 여객터미널은 나오시마의 첫 관문이고,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이다.

이번 봄에는 안도 다다오의 신미술관이 개관하고, 개관전에 서도호 작가도 초대된다고 하니 더 기대된다.


세토 내해는 일본의 혼슈, 시코쿠, 큐슈 세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이다.

에도 시대에는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중요한 항로였다고 한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중공업이 발달하면서 해양 환경오염이 심해졌다.

결국 어업을 생계로 하던 주민들이 떠나고,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섬들은 점차 황폐해졌다.

그러나 1986년 오카야마에 본사를 둔 후쿠다케 출판사가

나오시마에서 예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세토내해의 섬들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은 후쿠다케 소이치로는 1989년,

나오시마에 국제 캠프장을 열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이후,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과 호텔이 결합한 베네세 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나오시마는 '베네서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통해

섬 전체를 자연과 예술,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섬으로 탈바꿈하였다.

또한, 니가타의 '에치고-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의 총감독이었던 키타가와 프람이 참여하면서,

2010년 나오시마 예술 프로젝트는 예술과 주민이 함께 하는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로 발전하게 되었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는 예술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방문하기 좋은 여행지이다.

섬 곳곳에 야외 설치작품이 있고, 상시 운영되는 미술관들이 있다.

하지만 트리엔날레 기간에는 섬들을 오가는 배편도 늘어나고,

다양한 이벤트가 더해져 섬에 있는 것만으로도 예술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12개의 섬에 대한 정보를 꼼꼼이 찾아보아야겠다.

뚜벅이 여행자로 섬을 둘러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술제를 효율적으로 감상하려면 어떻게 동선을 짜야 할지,

이번 트리엔날레에 처음 참여하는 예술가는 누가 있는지 찾아보아야겠다.

모두 다 볼 수는 없지만, 가지 못하는 섬들조차 마음으로 즐길 준비로 설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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