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말했다.
뇌 빼서 주면 안 잡아먹지!
청년이 물었다.
뇌를 빼는데 제가 안 죽을 수 있나요?
호랑이가 답했다.
물론! 뇌가 없어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생각이 없다고 죽지는 않잖아?
자아가 없다고 죽지는 않잖아?
그러니 얼른 네 뇌를 내놔!
난 배가 아주 많이 고프단 말이야.
내가 너를 완전히 잡아먹기 전에
네 손으로 네 뇌를 빼서 내게 건네라고!
배가 고파 잔뜩 예민해진 호랑이가 신경질적으로 일갈했다.
이건 정말로 인도적인 처사야.
나는 주린 배를 채우고, 너는 내게 조금 베풀어 선행을 하고.
모두가 이득을 보는 거라고!
호랑이가 무서워 덜덜 떨던 청년이 무언가 결심하듯 이내 눈을 감았다.
그런 청년의 행동에 의아해진 호랑이가 물었다.
뭐야? 왜 눈을 감는 거니? 네 뇌만 달라니깐?
청년이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단순한 선행이 아니에요.
뇌를 빼고 사는 인간은 살아도 인간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인간의 힘이란 생각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나는 믿거든요.
그러니 저는 저의 인간성을 포기할 수 없어요.
차라리 인간인 채로 죽겠어요.
감았던 눈을 뜬 청년이
저를 잡아먹을 포식자를 보며 결연하게 외쳤다.
제가 당신에게 청하는 단 하나의 자비는
말도 안 되는 말로 일방적인 선행을 강요하지 말고,
오직 제가 인간인 채로 죽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뿐이에요!
자, 이제 얼른 저를 잡아먹으세요.
청년이 다시금 눈을 감았다.
기가 찬 호랑이가 이내 입맛을 쩝쩝 다시며
그 날카로운 이빨을 청년에게 들이대었다.
탕!
“으악! 망할 사냥꾼이 하필이면 지금 나타날게 뭐람…!”
호랑이사냥꾼의 총알이 호랑이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호랑이는 저 총알의 위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저것은 자신의 포식자였다.
저것은 자신을 죽일 수 있다.
죽음 앞에 겁을 먹고, 혼비백산 한 호랑이가 줄행랑을 쳤다.
청년이 슬그머니 눈을 떴다.
눈앞에는 호랑이대신 엽총을 들고 있는 사냥꾼이 서 있었다.
호랑이사냥꾼이 말했다.
“괜찮습니까?”
청년이 답했다.
“네,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냥꾼이 웃으며 청년의 긴장으로 굳어졌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뭘요. 사람이, 위기에 처한 한 사람을 구했을 뿐인걸요."
연신 감사함을 표하는 청년을 향해 사냥꾼이 다시금 말했다.
"난 오히려 당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저것을 쫓아낼 때까지 버티고 버텨낸 당신이요.
인간으로 살고자 한 당신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