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 실린 달력
이중섭·이우환 등 유명 작가
인테리어로 사용
예전부터 ‘집안에 은행 달력을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말이 있어 연말이 되면 은행 달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속설로 은행 달력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심지어 해 지난 미술관 달력은 수십 만 원에 중고 거래된다고 한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삼성생명이 임직원과 VIP 고객용으로 제작한 ‘이중섭 달력’이 6만 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임직원만 이용 가능한 쇼핑몰 사이트에선 2만 4,000원 정가에 판매되고 있는데,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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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2012년 삼성 리움미술관이 VIP용으로 내놓은 이우환 화백의 ‘바람과 함께’(1990) 달력은 28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달력으로 쓸 수 없는 10년 전 달력임에도 이렇게 높은 프리미엄 가격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달력 안에 인쇄된 그림에 있었다. 이중섭, 이우환 등 한국 유명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어 그림 액자 대용품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28만 원에 올라온 이우환 달력의 경우, 나폴레옹이 문서보관용으로 썼다는 100% 순면의 프랑스산 수제 종이 아르슈지를 사용하고 인쇄 방식도 일반 프린트가 아니라 판화 기법을 써 일반 작품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우환 그림은 이제 판화로도 구하기 어렵고 가격이 2,000만 원을 넘는다. 그래서 미술관에서 10년 전에 제작한 500점 한정 달력의 희소성도 덩달아 높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달력은 이제 날짜를 확인하는 용도가 아니라 그림 액자 대용품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이 달력이 재테크 수단이자 한 해의 인테리어를 좌우하는 소품이 되면서 은행권도 작가와 협업한 달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오하이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정윤아 작가의 일러스트로 새해 달력을 제작했다.
명작을 주로 썼던 우리은행은 신진작가인 김경균, 윤예지 작가의 그림으로 2023년 달력을 만들었다. 하나은행은 작가 임성숙의 작품을 달력에 담았으며, 국민은행은 화가 정영모와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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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한전에서 500만 원을 내라고 하네요..."
한편 올해 4대 시중은행의 달력 제작 부수는 약 505만 부로, 지난해보다 4만 부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인 2010년대 들어 종이 달력 수요가 감소했고, 은행 달력의 발행량 역시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종이 달력을 찾는 사람이 줄다 보니 이전까지 매년 남는 달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고민이었는데, 올해는 지점마다 갖고 있는 달력 수량이 적어 일부 거래 고객에게만 달력을 배포 중”이라며 “’달력을 왜 주지 않느냐’며 관련 민원도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