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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핀란드 헬싱키로 가다

고요해

by 안나

<16화 : 핀란드로, 빵보다 조용한 나라>

노르웨이를 떠나는 날
메기는 마지막으로 피요르드를 한 번 더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자연 앞에서는
생각도, 계획도, 후회도
다 잠깐씩 멈춘다.

“좋은 건 다 비싸고
아름다운 건 오래 못 본다…”

그렇게 깨달음을 하나 주머니에 넣고
메기는 동쪽으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핀란드, 헬싱키.


헬싱키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사람도, 거리도, 카페도
다들 말을 아끼는 느낌.

카페에 들어가자
버터 향 대신
짙고 단단한 호밀빵이 진열돼 있었다.

“이게… 빵이야… 철학이야…?”

한 입 베어 물자
달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맛.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트램은 덜컹이며 지나가고
사람들은 혼자 앉아
각자의 생각을 존중받는 얼굴로 커피를 마신다.

메기는 문득 깨달았다.

여기는
‘즐기라고 떠드는 도시’가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되는 도시’라는 걸.

“아… 여긴
빵을 안 먹어도
외롭지 않은 나라구나.”

지갑은 여전히 가볍고
물가는 여전히 무섭지만
마음은 묘하게 단단해진다.

핀란드의 빵처럼.

메기는 호밀빵 봉투를 접어 가방에 넣으며
다음 나라를 떠올렸다.

“근데 북유럽…
아직 하나 남았지?”

— 다음 화 예고 —
<17화 : 아이슬란드에서, 빵 대신 온천이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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