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졸업식날

by 엘레강스두인사

아들은 고3이라 12월 한 달 동안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 아들이 “졸업식은 가야 하나? 가기 귀찮은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올라왔다. 나도 가기 싫다는 마음과, 아들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옆에서 남편이 “그래도 졸업식은 가야지”라는 말에, 나는 졸업식 장면을 미리 떠올렸다. 아는 사람을 마주치고, 어디 대학에 갔느냐는 질문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괜히 비교하게 될까 봐 마음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혼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지어내다 마음이 불편해져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다.


졸업식 날, 나는 체육관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곳곳에 포개어져 있고, 넓은 체육관에 다닥다닥 붙어 서서 모두 같은 방향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무대 앞에는 졸업장을 든 아이들이 서 있고, 창문 사이로 하늘이 겹쳐 들어왔다. 하늘도, 조명도, 아이들도, 부모들도 나에게는 모두 배경이 되었고, 내 시선은 오직 주인공 한 사람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나의 아들이다. 체육관 맨 뒤에 아들이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나의 걱정이 올라오며 다른 아이들은 어떤지 열심히 비교하며 살폈다. 사실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드물었다.


내 시선은 이번에는 아들의 체형으로 갔다. 아들의 마른 몸을 훑었다가 우리 아들만큼 마른 아이가 있나 살폈다. 그리고 키를 열심히 재기 시작했다. 우리 아들과 같은 체형이 보이면 우리 아들만 마르지 않았구나, 키도 그렇게는 안 작네 하며 안도하기도 했다. 내 몸은 한 곳에 정착되어 있지만, 내 마음은 체육관의 모든 아이들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아들의 대학으로 갔다. 그 성적인데 성적 우수자로 갔다고? 어이가 없어서…. 그러면서 체육관의 모든 아이들을 한 줄로 줄 세우며 우리 아들을 뒤쪽으로 세워 두고는 혼자 속상해했다. 논술로 붙기만 기대하다가 아들이 완전 보험용으로 넣어 둔 교과전형 대학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개입했다면 적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라면서….

좀 전에 남편이 아들을 찾기 위해 담임 성별과 반 확인 차 물었던 질문에 대답을 못했는데, 이제 그 탓을 돌릴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 이 모든 건 내 책임이 된다.

졸업식을 마치고 아들은 친구와 대화도 하지 않고 그대로 체육관을 나섰다. 이번에는 나의 고등학교 졸업식과 비교를 한다. 나는 친구와 식당도 가고 카페도 갔던 것 같은데….


그러다 돌아오는 길, 아들의 낡은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뒤축은 조금 해지고 바닥은 닳아 있다. 며칠 전부터 남편이 아들 신발을 사야 한다고 말했던 게 생각이 난다. 갑자기 또 나의 무책임이 더해졌다. 속이 막힌 듯 답답해서 아들에게 한소리를 했다.

“신발이 낡으면 사달라고 하는 거야. 좋은 걸 입고, 맛있는 걸 먹고, 스스로 보호하고 돌봐야지.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야지.”

말은 아들에게 건네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내가 그 자리에 함께 서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아들에게 하고 있었다.

체육관에서 걱정하고 있었던 아들의 모습은, 내가 어려서 지켜주지 못했던 나의 어릴 때 모습임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나를 탓했던 목소리는 아버지가 술에 취하셔서

“우리 집구석에는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너는 그것밖에 못 되니?”

라고 말하던 목소리와 닮아 있었고, 내가 태어날 때 여자라서, 내가 잘 나지 못해서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말하던 그 아이의 슬픈 목소리와도 닮아 있었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아들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걱정스러운 상황인가가 떠올랐다. 낮은 성적표를 들고 와서도 당당하게 나에게 보이던 쿨한 아들의 얼굴이 떠올려졌다. 중학교 내내 웹툰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학원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그림 그릴 때는 몰입을 잘한다. 고등학교 3년 내도록 타인을 잘 돕고 모범적이라 표창장도 받았다. 학교도 빠진 적 없이 잘 다녔고, 이제까지 속 썩인 일이 없다.


졸업식 체육관에서 내가 그렇게 바쁘게 오가던 시선은, 아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였다. 아들은 자기 속도로 걷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나의 과거를 끌고 그 곁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제는 그 마음을 밀어내지 않고 함께하려 한다. 그날 졸업식에서, 졸업한 사람은 어쩌면 아들만이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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