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바꾼 약은 잠이 쏟아진다
몽롱한 졸음이 다가올 때
포슬포슬한 의식을 한 점 떼어내어 나눠먹고 싶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것들을
쫀득쫀득한 아이스크림처럼 담아 올리지 않고
끝없이 녹아
내리게
끈적거리게
손등 위를 다 덮도록
가만히 둔다.
손가락 마디마디
지문의 무늬
사이사이로
흘러
내리는 것들
지독한 파리처럼 달라붙는 수마의 늪.
앵앵
울어대도 떼어낼 생각 않는다.
어느새 한 여름 매미도 벌써 찾아와
고막을 울리도록 소리가 커질 때
교실 가장 끝 분단
교과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가
볕이 잘 드는 베란다 앞
엄마 무릎 위에 누운 모습이 되었다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빛을 바라본 아기의 심정이 되어본다.
눈을 뜨자마자 누구를 보았을까.
어떤 말을 들었을까.
머나먼 과거에
넌
이렇게 살 줄 알았을까.
이렇게 산다는 것이
슬펐을까
기뻤을까
밤이 되면 약 없인 잠을 청하지 못하고
낮이 되면 약기운에 몽롱하게 점멸하는 의식.
깜빡깜빡
넌
지금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있니.
포기할지
다짐할지
원망할지
극복할지
멀어져 가는 의식을 붙들어 매고 묻고 싶어 져
과연 살아남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