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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연솔 Jun 04. 2021

두둥실 떠가는 쪽배를 타고

그대와 영원을 말할 때


‘두둥실 떠가는 쪽배를 타고 그대 호수에 머물고 싶어라. 만일 그대 내 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 끝까지 따르리. 내 사랑.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견디기 힘든 뜨거운 열기도, 불쾌하게 뛰어대는 심장의 파동도 조용하게 잠재워 줄 그대의 곁에서 새록새록 잠들고 싶어라. 꿈도 꾸지 않고 아주 깊게 잠이 들고 싶다. 한낮에 잠이 들어 눈을 떠보면 어스름한 시간 속에서 깨어나 숙면의 여운을 느끼고 싶다. 만약 깊은 잠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푸릇푸릇한 시간 속에 그대와 내가 나오는 꿈을 꾸기를.

아름다운 말들로 보듬고 어루만져주며 사랑만을 말하고 사랑만을 목격하고 싶다.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우리 사랑의 유일한 목격자였으면 좋겠다. 수많은 말들, 눈빛, 표정, 어투, 손길. 서로가 목격한 것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마음이 먼저 제풀에 지쳐서 더 이상 그대 호수에 머무르기 싫어질 때 포기하고 숨을 법도 하지만 순간 그대가 곁을 떠나는 상상을 해보니 세상을 살아갈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다시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향한다. 어두운 밤이 찾아와도, 혹여 그 어둠이 너무나도 캄캄하여 맞잡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도 마주 잡은 손의 온기로 두려움을 이겨내리라.

나의 더러운 두발이 그대의 호수를 망치는 것 같아 상심이 들 때면 파도를 맞서며 더 큰 바다로 나아가자 말할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망칠 수 없다고, 헤집을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인 채로 서로 곁을 준다면, 어두운 밤이 찾아와도 더러운 호숫가에서도 영혼을 송두리째 잠식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문장으로만 존재해.라고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험난하고 출렁거리는 파도가 지나고 나면 어쩐지 바람도 온화하고 햇살도 맑은데 잔잔한 바닷가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이 지난하게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애써 찾은 평화가 지속될 때 서로에게 익숙해져 곁을 너무 많이 준 나머지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들. 그렇게 변해가는 유행가에 나오는 뻔한 사랑이야기가 우리의 결말이 될까 봐.

그러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것은 영원한 진실이다. 하지만 너의 앞에서는 언제나 영원의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랑이든, 진실한 맹세든, 영혼의 구원이든, 간절하게 다짐한 약속이든. 그것을 영원하게 만들  있도록 매일매일 변할 것이다. 언제나 어제보다 오늘  내일보다 오늘  너에게 한 걸음씩 가까워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영원할 것이다.’



*제목은 유재하 - 그대 내 품에 가사에서 따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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