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주소는 언덕 위 소나무 많고 외딴집 하나입니다.
“에이, 또 혼자네…”
수하는 책가방을 휙 던지고 방문을 닫아버렸어요. 학교가 끝난 뒤면 아이들은 함께 모여 놀이터에서 축구도 하고,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도 먹어요. 그런데 수하는 늘 혼자였어요. 집이 시골 깊은 산골짜기에 있어서 친구들 집과는 너무 멀었기 때문이죠.
“나도 같이 놀고 싶어. 왜 나만 이렇게 멀리 살아야 하는 거야? 진짜 자유가 없어!”
수하는 불만이 가득했어요.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가끔 수하를 놀리며 말했죠.
“야, 너네 집은 시골이라 버스도 잘 안 다닌다며?”
“밤에는 귀신 나올 것 같다~ 하하!”
그때마다 수하는 고개를 푹 숙였어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울며 혼자 쓸쓸하게 집으로 걸어갔답니다.
그날도 학교를 마친 수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집으로 와 방 안에 틀어박혀 시골 산골짜기에 있는 집을 미워하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어요.
“이 집만 아니면… 난 진짜 행복할 텐데…”
방 안에 앉아 한참을 훌쩍이던 수하는 문득 눈길이 창문으로 향했어요. 늘 커튼을 쳐 두었던 창문이었죠. 논과 밭, 산과 나무 온통 초록색뿐인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싫어 항상 가려두었던 커튼이 오늘따라 유독 주황빛으로 물들어 일렁거렸어요.
주황빛 물결처럼 일렁거리는 커튼을 살짝 젖히자, 눈 부신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와 수하의 어둡고 깜깜했던 방을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웠어요. 그리고 창문 너머에는 그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색들이 펼쳐져 있었어요.
초록빛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고, 저 멀리서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잘 익은 황금빛 벼는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맞춰 커다란 파도처럼 ‘사락사락’하며 움직였죠. 코끝을 스치는 풀 내음은 마치 누군가가 “괜찮아, 너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 주는 듯 따뜻했어요.
수하는 그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아니, 보려고 하지 않았던 창문 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댔어요.
“이게… 내가 살던 집이었나? 왜 지금까지는 못 본 걸까…”
그때 마침 아빠가 방문을 두드렸어요.
“수하야, 괜찮니?”
수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빠에게 물었어요.
“아빠, 우리 집… 언제 지은 거야?”
아빠는 웃으며 창문 밖을 같이 바라보았어요.
“이 집은 네가 태어나기 전, 아빠가 미래를 상상하며 지은 집이란다. 너랑 엄마가 함께 살면서 웃고 떠들기를 꿈꾸며 지은 집이지.”
아빠는 수하를 데리고 집 안 곳곳을 둘러보았어요.
거실 벽 한쪽에는 아빠가 직접 새긴 작은 나무 흔적이 있었어요.
“여기 봐. 네가 걸음마를 처음 배웠을 때, 자꾸 이 벽을 잡고 일어나려 했지. 그래서 생긴 자국이야.”
“이 찬장은 엄마랑 결혼하고 처음 만든 거야. 네가 유치원 다닐 때도 이 찬장에서 과자를 꺼내 달라고 엄청나게 졸랐지. 그래서 아빠가 엄마 몰래 과자를 주다가 많이 들켜 혼이 났단다.”
마당에는 커다란 나무가 서 있었어요. 아빠는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이 나무 기억하니? 네가 태어나던 해에 심은 거야. 너랑 똑같이 자라나라고 심었지. 네가 키 크듯이 이 나무도 같이 커 왔단다.”
수하는 말없이 나무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속삭였다.
“… 나랑 같이 자라온 거구나.”
그날 저녁, 엄마도 함께 모여 가족은 오랜만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어요. 수하는 자신도 모르게 환하게 웃고 있었죠. 그동안 시골에 산다고 투덜대며 불평만 했지만, 사실 이 집에는 가족의 추억이 한가득 담겨 있었던 것이었죠.
“내가… 그걸 다 잊고 있었네. 집이랑 가족을 무시하고만 있었어…”
수하는 마음이 뭉클해졌어요. 그리고 이제 더는 시골집이 부끄럽지 않았죠. 오히려 가슴 한쪽이 뜨겁게 벅차올랐어요.
다음 날 학교에 간 수하는 그동안 자신을 놀리던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말했어요.
“얘들아, 우리 집 진짜 멋진 곳이야. 아빠가 나를 위해 지은 집이고, 내가 태어난 해에 심은 나무랑 같이 자라왔어. 밤에는 별도 엄청 잘 보여! 너희도 놀러 오면 깜짝 놀랄걸?”
처음엔 아이들이 킥킥 웃었지만, 수하의 눈빛은 전과 달라졌어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났죠. 그 모습에 몇몇 친구들은 궁금해졌어요.
“진짜야? 별이 많이 보여? 그럼 캠핑 온 것 같겠다!”
“나도 가 보고 싶어!”
주말이 되어 친구들이 집에 찾아왔어요.
마당에 들어서자 커다란 나무가 우뚝 서 있었고, 시골의 맑은 공기가 친구들의 코끝을 간질였어요.
“와… 진짜 크다!”
“냄새가 상쾌해!”
해가 저물자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쏟아졌고 친구들은 감탄을 멈추지 못했어요.
“야, 진짜 별이 이렇게 많이 보여?”
“도시에서는 한두 개밖에 안 보이는데!”
수하는 웃으며 말했어요.
“그렇지? 이게 바로 내가 사는 집이야. 나에겐 너무 소중한 곳이야.”
친구들은 수하를 더 이상 놀리지 않았어요. 오히려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수하를 바라보았죠.
그날 밤, 수하는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꼈어요. 이제는 그 바람이 외로운 바람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의 웃음이 담긴 따뜻한 바람 같았죠.
“이 집이 나한테 가장 큰 선물이었어.”
수하는 속으로 다짐했어요.
‘앞으로는 우리 집을, 그리고 가족을 더 사랑할 거야.’
그날 수하는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로 잠들었죠.
며칠 뒤, 학교에서 글짓기 대회가 열렸어요. 주제는 바로 ‘집’이었죠.
수하는 펜을 들고 깊게 숨을 들이켰어요. 그리고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제목 :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장 소중한 우리 집
우리 집은 시골의 평범한 집 중 하나이다. 빨간 지붕, 커다란 창문, 조금 부서지고 금이 가버린 벽돌, 풀이 조금씩 삐져나온 돌계단까지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집이지만 내가 태어나기도 이전, 아빠가 만든 집으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집이다.
비가 올 때나 바람이 거세게 불 때는 살짝 긴장되기도 한다. 거센 비바람이 창문을 내려칠 때면 금방이라도 뚫고 들어와 우리 가족을 강한 바람으로 후 불어갈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강력한 바람이 불 때면 온 가족이 다 같이 흔들리는 창문을 관찰한다. 혹여나 강한 바람이 우리를 날려버리기 전에 도망가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날이 좋을 때는 또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화창한 햇살이 집을 비출 때 마당 한가운데의 도토리나무 그늘이 집을 향해 춤을 춘다. 그럴 때면 온 가족이 다 같이 그늘 아래 모여 낮잠을 자기도, 흔들리는 나뭇잎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조금은 허술해 보이지만 추위와 더위, 거센 바람과 강한 햇살 그 밖의 위험으로도 우리 가족을 단단히 지켜내 주는 모습이 꼭 아빠의 모습과 비슷해 보인다.
거실은 화합의 장소이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볼 때면 서로의 웃음소리를 듣고 괜스레 더 크게 웃게 되는 마법의 장소이다. 별로 재미있지 않은 티브이 장면이었지만 언니의 웃음 하나로 온 가족이 전염되어 배가 아플 정도로 깔깔깔 웃어 넘어가곤 한다. 그 웃음소리가 얼마나 크고 우렁찼는지 아마 집 벽의 벽돌에 조금 금이 간 것이 아마 이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거실은 또한, 싸움 뒤 만남의 장소가 되어준다. 각자 자신의 방에서 생각의 시간을 가진 뒤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지만 보통 거의 방에서 나와 거실에 모였을 때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 싸움이 끝이 나곤 한다. 쭈뼛쭈뼛하게 방에서 나와 어색한 웃음을 날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표정과 행동으로 먼저 건네는 방법을 거실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집의 가장 끝쪽에 있는 나의 방은 책상 왼쪽과 뒤쪽에 창문이 있다. 왼쪽 창문에서는 구부러진 소나무와 계절이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논, 몽실몽실 떠다니는 하얀 구름을 가득 감싸 안은 푸른 하늘, 초록빛 물결이 일렁이는 산이 있다. 나는 매일 창문을 통해 새로운 자연과 마주하며 인사한다. 가만히 앉아 창문을 바라볼 때면 지니고 있던 고민과 걱정거리가 바람을 타고 오는 풍경 소리와 함께 하늘로 흩날려간다. 그래도 남아있는 생각들은 조용히 언니를 방 안으로 불러 상담을 하곤 한다. 언니는 그저 가만히 앉아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눈을 마주하며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나의 짐을 같이 들어주어 내 몸이 항상 가벼울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언니의 마음에 나의 고마움이 닿기를 원한다.
우리 집은 이상하리만큼 편안하다. 집 밖에서의 하루가 힘들수록 더욱 따뜻하고 포근하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모두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마중 나오는 엄마의 모습 때문인지 모르겠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 아주 많은 엄마의 얼굴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어리광을 부리게 되곤 한다. 엄마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두려웠던 시기에 가만히 앉아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빛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태양의 빛도 아니었으며 하루를 잘 마무리하였다며 격려의 인사를 건네는 노을의 빛도 아니었다. 밤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는 달의 빛도 아닌 그 빛은 내가 숨어버린 깜깜한 방 안 문틈 사이로 새 들어오는 희미한 거실의 불빛이었다. 엄마는 항상 내 방문이 보이는 거실에 앉아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려주었다. 혹여나 내가 나왔을 때 깜깜하지 않도록, 무섭지 않도록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만을 기다려주었다. 그리곤 따뜻하게 나의 모든 것을 감싸 안아주는 엄마의 품에 안겨 나는 항상 가슴 깊이 감사함을 새겨 넣었다.
집은 나를 둘러싼 가족과 같다. 모든 공간에는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오랜 추억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그 공간에 둘러앉아 모든 시간을 기억하며 지금의 순간을 간직한다. 떠올리기만 해도 감사함에 눈물이 나는 사랑을, 매번 매 순간 작은 것에서도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배울 수 있어 나는 나눌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 집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장 소중한 집이다.